花雲의 배움터/詩 창작론

시를 쓰기 위한 충고/ 3

花雲(화운) 2009. 5. 19. 10:46


어떤 시가 좋은 시인가



라. 글자(記號)가 주는 기쁨
글은 오래도록 남습니다. 시에서는 한 글자 한 단어가 소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인은 말이 아닌 글로써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때문에 문장부호 하나까지도 주의를 세심히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한 글자가 잘못 놓이면 시가 죽습니다.

  반대로 한 글자가 잘 놓이면 시가 확,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처럼 독자들은 시인이 부린 언어에 민감합니다. 어떤 이미지를 부각시킴으로써 다의적인 글이 되고 빠뜨린 글자 하나가 미묘한 감성의 메시지를 놓치고 마는 결과로 초래하고 맙니다. 말이 많으면 공허감이 커지는 것처럼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하는 글자는 독자들을 난처하게 만듭니다. 그렇지만 잘 구사된 절제된 언어는 독자들을 감동시킵니다. 그 한 글자로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독자들은 시인의 어휘력에 탄복합니다. 종종 어휘력이 부족하여 시를 쓸 수 없다고 핑계들을 대곤 하지만 그것은 거짓말입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익혀왔던 언어만으로도 충분히 시를 잘 쓸 수 있습니다. 시인에게서 말(글)의 향기(울림)를 찾은 독자들은 그 시인의 작품을 우선적으로 읽게 됩니다.

내 몸속엔 뼈가 없지, 있다면/ 분해된 ㅂ 이나 ㅃ, 그걸 받히고 있는 작대기/
아니면 유지내지 보수하느라 애쓰는 ㅓ 또는 ㅕ/

강한 것이 아니라 아주 씁쓰름한 소프트아이스크림/

단박에 부러지는 감나무가지가 아니라/ 송곳처럼 쭉쭉 잘도 뻗어가는 수대나무/
그것들을 조각조각 꿰매어 조각보로 만들면/ 쓸모가 참 많지 손수건부터 멋진 머플러까지/
후하고 불면 보이지 않던 바람도 보인다니까/ 신났어, 뼈 없는 찻잔이라나 유리컵이라나/
가만히 주워 모아 탁자에 놓으면/ 끼리끼리 뭔 말들이 그리 많은지/
왔던 바람도 잽싸게 창밖으로 물러나곤 하지/ 뒤집어봐 물이 쏟아지잖아/
뼈와 뼈를 이어주는 것도 물렁뼈잖아/ 물이었군, 내 몸에서 요동치는 것도/
뼈가 아니라 뼛속 깊이 채워졌던 눈물이었군/ 물이나 먹어 라고 말하지 말았어야 했군/
무심코 내뱉는 말이 곧 뼈였군
- ‘뼈 없는 뼈’ 전문

마. 결론적으로 좋은시란
  독창적인 이미지와 새로운 인식 내용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읽으면 만져지고 느껴지는 선명한 이미지가 있는 시가 좋은 시라 생각합니다. 현실에 바탕을 둔 진실된 삶의 노래야만 됩니다. 자기 인생에서 스스로 녹아나온 시가 좋은 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배부르고 등 따뜻하면 시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외롭고 쓸쓸하며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이 몸에 밴 시가 좋은 시를 태동시키는 원천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딱히 좋은 시라고 단정 짓는

것도 우스운 이야기입니다 마는, 최소한 시를 읽고 난 후, 읽는 이로 하여금 피곤하게 하거나 후회하지 않도록 식상한 작품은 쓰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6. 덧붙이는 말
   ① 타인의 작품을 많이 읽고 이 시에서는 ‘무엇이 어떻게’ 시가 되는 걸까 곰곰이

       챙겨볼 것.
   ② 작품을 허심탄회하게 내 놓을 것. 내 작품을 읽고 비평하는 것을 겸허히 수용해야

       할 것.
   ③ 한 가지 주제를 세 번 정도 비틀 수 있을 정도로 입체적으로 생각할 것.
   ④ 시의 낯설게 하기를 게을리 하지 말 것이며, 나만의 감각적인 언어로 사로잡을 것.
   ⑤ 내 작품을 다른 사람은 어떻게 읽을까 제3자적 입장에서 세밀히 ‘나’를 들여다 볼 것.
   ⑥ 존경하는 스승을 필히 가질 것. 그 스승이 짜증날 정도로 묻고 또 물을 것.
   ⑦ 일기 쓰듯 마음의 평정을 찾고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질 것.
   ⑧ 상대방(사물)과 대화를 하며 그가 하는 말이나 생각, 행동을 주의 깊게 메모할 것.
   ⑨ 내가 왜 이 시를 쓰게 되었나, 처음부터 끝까지 시를 쓰게 된 동기를 치열하게 붙잡고

       늘어질 것.
   ⑩ 바쁠수록 ‘무엇이 시가 될까’ 생각할 것. 소년(소녀)의 마음을 잃지 말 것. 고정된

       관념을 버릴 것. 
   ⑪ 많은 상상력을 동원하되, 시적장치를 도입하는 것을 망설이지 말 것.
   ⑫ 시가 오면 메모를 해두고 초안을 작성했다가 좀 더 시적대상물을 세밀히 분석한 후

       수정 및 보완 해 나갈 것.
   ⑬ 무덤까지 시를 가지고 갈 것. 시의 끈을 절대로 놓지 말 것.

두레문학 세미나 원고 박정원.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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