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구름도 오르지 못해 비껴가고
바람과 눈보라만 넘나드는 협곡엔
산들의 신만이 산다
겁 없이 벼랑 끝을 오르는 발자국을 보며
생과 사의 제비뽑기를 하는 걸까
서로 양보할 기색 없는 운명의 눈초리는
온갖 치성 다 드려도 봐줄지 말지다
사람의 속을 꿰뚫어보듯
이따금씩 눈사태로 엄포를 놓을 때면
머리를 숙이고 그의 음성을 들어라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함부로 숨을 쉬어도 안 되고
한걸음,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그의 허락을 기다려야 한다
만약 거부하거든
미련 두지 말고 돌아가거라
뒤돌아보지 말고 내려가거라
2010.05.13
(시 3에서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