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지를 자르며
누군가 찾아오지 않아도
저 들녘에 있으면
제 모습대로 맘껏 피어나련만
밑동마저 잘린 채
시장으로 팔려온다
누군가 보아주지 않아도
비할 데 없는 빛깔
새벽을 밝히듯 맑게 타오르련만
기껏 살아도 열흘이면
삶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아무리 고운 화병에 담길 지라도
바라는 만큼 살 수 없는 목숨
이 꽃, 저 꽃
색색이 불러 모아
이런 모양, 저런 모양
작은 동산을 만들면
또 다른 천국이 하나 더 생기려나
꽃가지를 자르고
잔가지를 솎아내어
빈 수반에 꽂을 때마다
내내 두고 볼 수 없음을 설워하며
나머지 정성을 바친다
2019.02.06
우리시 입회 특집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