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으로 부임하는 신사군에게- 이용휴
送申使君之任連川(송신사군지임연천). 『혜환시초(惠寰詩抄)』
村婦從兩犬 (촌부종양견) 시골 아낙이 개 두마리를 데리고
栲栳盛午饁 (고로성오엽) 고리짝에 담뿍 들밥을 담아 가네.
或恐虫投羹 (혹공훼투갱) 혹시나 벌레가 국에 빠질세라
覆之以瓠葉 (복지이호엽) 호박잎 따다 국구릇을 덮었다네.
작품해설
이용휴(李用休. 1708~1782)는 조선 후기 실학의 대가로 알려진 성호 이익의 조카로,
참신한 시풍을 연 시인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젊어서는 벼슬에 나가고자 하는 뜻을
버리지 못해 현실과 갈등하기도 했지만, 만년네는 벼슬을 단념하고 시문에 힘쓰며 백성
들의 삶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재야의 문형으로 일컬어지는 이용휴는 당시 여러 남인계 문사들에게 送緖文과 送詩를
지어 주며 그들을 격려하였다. 60세가 되던 1771년(영조 47년) 9월 신광수(申光洙.
1712~1775)가 연천현감으로 부임해 갈 때 독특한 시를 지어 그를 전별하였다.
이 시는 1, 2구를 지나서 3, 4구에 이르러 그 묘미가 더욱 발휘된다. 이용휴는 아낙이
내어가는 고리짝 안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행여 들밥을 가는 사이 국에 벌레라도 빠질
까 봐 호박잎을 따다가 국그릇을 덮었다. 힘들여 일하는 남편을 위하는 아낙의 순수하고
세심한 마음 씀씀이를 호박잎 한 장에서 엿볼 수 있다.
여기서 비로소 이 시의 진의를 읽을 수 있겠다. 그렇다. 이용휴는 목소리 높여 벗에게
선정을 당부하지 않았다. 남편의 국에 벌레라도 빠질까 봐 호박잎 을 덮는 시골 아낙의
심정과 같이 진실된 마음으로 백성을 대한다면, 그러한 목민관이야말로 진정한 목민관이
될 것이다.
그런데 너무나 직설적으로 목민관이 지켜야 할 준엄한 법도를 일깨운 시도 있다.
비인으로 부임해 가는 유선 목만중에게- 이용휴
送睦幼選萬中之任庇衆(송목유선만중지임비중). 『혜환시초(惠寰詩抄)』
民之一粒一粟 (민지일립일속) 백성의 낟알 한 알, 좁쌀 한 톨도
出自心肉心血 (출자심육심혈) 심장의 살과 피에서 나온 것
如或取非其道 (여혹취비기도) 만약 취하기를 무도하게 한다면
冥裏鬼責必切 (명리귀책필절) 염라대왕의 질책이 분명 준엄하리.
위 시는 비인으로 부임해 가는 목만중에게 준 송별시이다. 5언이나 7언으로 쓰는
일반적인 한시와 달리 육언절구라는 흔치 않은 형식을 취해서 시에 경세적(警世的),
설리적(說理的) 내용을 담았다.
한시 러브레터. 강혜선
(주)도서출판 북멘토.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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