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漢詩 2

박색의 아내를 사랑하는 이유- 박세당, 남구만

花雲(화운) 2018. 8. 10. 20:55


약천의 서신에 나를 두고 등도에다 비긴 말이 있기에 장난삼아

4수를 짓다- 박세당

藥泉書, 有登徒之喩(유등도지유), 戱作(희작), 四絶(사절). 『서계집』권4



堂前不肯下糟妻 (당전불긍하조처)   조강지처는 소박 놓지 않는 법

頭白鴛鴦愛並棲 (두백원앙애병서)   머리 셀 때까지 원앙처럼 사랑하며 사노라.

不是東隣無美色 (불시동린무미색)   동쪽 이웃에 미녀가 없어서가 아니라

心憐擧安輿眉齊 (심련거안여미제)   거안제미하는 부인을 어여삐 해서지.



人笑登徒幸醜妻 (인소등도행추처)   등도가 박색 부인 사랑함을 사람들은 비웃지만

當年不說善治棲 (당년불설선치서)   당년에 살림 잘 꾸렸던 건 말하지 않는구나.

嘲公好色公難解 (조공호색공난해)   공더러 호색한다 조롱하면 공도 해명하기 어려울

                                                터이니

美惡那應輒可齊 (미악나응첩가제)   아름다움과 추함이야 어찌 다 같을 수 있겠는가?


작품해설

경세가이자 문장가로 이름났으며, 글씨에도 조예가 깊었던 남구만의 누이는 서계

박세당과 혼인하였다. 남구만은 "서계 박 선생은 나의 자형이다.젊었을 때 한집에서 함께

살고 한솥밥을 먹은 것이 20여년, 한 권의 책을 얻고 한 편의 글을 지을 때마다 반복하여

질문하며 잘못된 속을 비평하고 재정해서 서로 즐거워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라 했으니

남다를 정리를 나눈 처남 매부 사이를 짐작할 만하다.


등도는 전국시대 인물이다. 송옥의 「등도자호색부(登徒子好色賦)」에 의하면 그의

부인이 봉두난발에 언청이요 이가 드믄드믄 빠지고 피부에 종기까지 난 막색이었는데도

등도는 그 부인을 사랑했다고 한다. 누님이 별반 미인도 아닌데 매형과 누님의 부부

금실이 유달리 좋았기에 남구만이 농담한 것으로 보인다.

미추에 상관없이 조강지처를 아끼라는 박세당의 약석 같은 충고를 받아들여 남구만

역시 박세당의 시에 화답하였다.


댕기 풀어 서로 만난 늙은 아내 있으니- 남구만

『약천집』권30


結髮相逢有老妻 (결발상봉유노처)   댕기 풀어 서로 만난 늙은 아내 있으니

布裙麤醜亦治棲 (포군추추역치서)   삼베 적삼에 추한 모습이나 또한 집을 다스리네.

東隣處子雖云美 (동린처자수운미)   동쪽 이웃의 처자 비록 아름답다고 하나

吾鬢其如白雪齊 (오빈기여백설제)   내 귀밑머리 백설과 같으니 어쩌겠나?


한편, 남구만과 얽힌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전한다. 남구만은 70세가 넘어서 부실을

얻었고, 그 부실이 임신하여 마침내 해산을 하게 되었다. 늘그막에 자식을 얻은 남구만이

산모가 진통을 하자 기쁨에 안절부절 못하면서 급히 약방에 들러 해산을 쉽게 해주는

불수산(佛手散)을 지어와 뒷마당에서 달이고 있었다. 마침 종수되는 유씨가 우연히 그

모습을 보고 놀리는 시를 한 수 지었다.


藥泉老相公 (약천로상공)   늙은 약천 상공을

誰云筋力盡 (수운근력진)   그 누가 근력이 다했다 하는가?

行年七十三 (행년칠십삼)   행년 73세에

親煎佛手散 (친전불수산)   손수 불수산을 다리는데.



한시 러브레터. 강혜선

(주)도서출판 북멘토.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