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귀의 새싹을 이중에게 보내주다- 남구만
當歸新芽(당귀신아), 送寄彛仲(송기이중). 『약천집(藥泉集)』
早春氷雪尙崢嶸 (조춘빙설상쟁영) 이른 봄 얼음과 눈 아직도 위험한데
藥草新芽入眼明 (약초신아입안명) 약초의 새싹 눈에 밝게 들어오네.,
鵝管抛還金曆亂 (아관포환금력란) 젓대에 황금을 어지러이 뿌려 놓은 듯
燕釵抽得玉輕盈 (연채추득옥경영) 비녀에 가벼운 옥을 살짝 뽑아 놓은 듯
寧論山下靡蕪錄 (녕론산하미무록) 어찌 산 아래 궁궁이를 논할 것이 있겠는가?
不比盤中苜蓿橫 (불비반중목숙횡) 소반에 가로놓인 목숙에 비할 바 아니로세.
俗客從來知未宣 (속객종래지미선) 세속의 사람들은 예로부터 맛을 아는 이 적으니
君須細嚼更思名 (군수세작갱사명) 그대 부디 잘게 씹으며 다시 그 이름을 생각하오.
* 鵝管: 젓대(가로로 대고 부는 악기인 '저'를 속되게 이르는 말)를 가리킨 것으로 구멍
모양이 거위 털 구멍과 비슷하다 하여 붙인 이름
* 燕釵: 부녀자들이 사용하는 비녀로 제비 모양과 같다하여 붙인 이름. 당귀의 새싹
모양이 이것들과 비슷하며 색깔 또한 황금처럼 노랗고 백옥처럼 희다 하여
이렇게 말한 것.
* 靡蕪: '궁궁이'. 한방에서 뿌리와 잎을 혈청제로 사용한다.
* 苜蓿: 속명 개자리라고 하는 콩과의 두해살이풀로 거며목, 게목이라고도 하는데, 나물
로도 먹고 목초로도 사용한다.
작품해설
당귀는 마땅히 돌아오기를 바란다는 뜻을 이름으로 삼은 약초다. 이는 중국의 옛 풍습에
싸움터에 나가는 남편의 품속에 당귀를 넣어 준 데서 유래하는데, 전쟁터에서 기력이
다했을 때 당귀를 먹으면 기운이 회복되어 돌아올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남구만(南九萬. 1629~1711)은 평생의 벗 이민서에게 당귀 싹과 함께 시를 보냈다. 이때
이민서는 부모님을 죄러 금성(지금의 김화)에 가 있었다. 이민서가 죽었을 때 남구만이
쓴 만시에 의하면 이민서는 "어릴 때부텅 종유하여 백발에 이르도록"교유한 벗이었는데
함께 나란히 과장에 들어 시험을 보았고, 벼슬길의 풍파를 서로 근심해 주던 사이였다.
그런 두 사람이 평생에 걸쳐 나눈 막역한 우정을 생각해 보면, 당귀 싹을 보낸 남구만의
뜻을 가볍게 읽을 수가 없다.
당귀 두 글자를 풀이하면 '마땅히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 되므로,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야 함을 말한 것이다. 이 구절을 읽고 난 이민서는 아마도 당귀 맛을 곱씹었으리라.
한시 러브레터. 강혜선
(주)도서출판 북멘토.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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