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밤을 부쳐 보내다- 정약용
䆈子寄栗至(치자기율지). 『茶山詩文集』권4
頗勝淵明子(파승연명자) 제법 도연명 자식보다 낫구나.
能將栗寄翁 (능장율기옹) 아비에게 밤을 부쳐 온 걸 보니
一囊分瑣細 (일낭분쇄세) 따지면 한 주엄니 하찮은 것이지만
千里慰飢窮 (천리위기궁) 천리 밖 굶주림을 위로코자 한 게지.
眷係憐心曲 (권계련심곡) 아비 생각하는 그 마음 어여쁘고
封緘憶手功 (봉함억수공) 주머니 봉할 때 그 손놀림 어른거리네.
欲賞還不樂 (욕상환불락) 먹으려다 되레 마음에 걸려
惆悵視長空 (추창시장공) 서글피 먼 하늘을 바라보네.
작품해설
다신 정약용은 강진으로 유배된 이후 처자식과 소식 한 번 주고 받는 데 석 달이 걸렸고,
아들 얼굴 한번 보는 데 8년이라는 길 세월을 보내야 했다. 19년의 긴 유배 기간 동안 세
살배기 넷째 아들이 아버지가 보내준 소라 껍질을 손에 쥐고 아버지를 기다리다가 죽었고,
시집와 1년도 채 함께 지내지 못한 둘째 며느리가 먼저 죽기도 했다.
어느 가을, 해마다 늘어난 고향 집 밤나무에는 밤이 탐스럽게 열렸다. 아들은 밤을 수확해
주머니에 가득 담아 멀리 유배지에 있는 아버지께 모냈다. 아버지는 아들이 보내온 밤을
보며, 주머니를 봉하는 아들의 손놀림과 마음 씀씀이를 떠올리며 밤 하나 꺼내들고 먹으
려다 그만 서글퍼져서 먼 하늘만 응시한다.
아버지에게 밤을 따서 보낸 아들은 어느개 늙어 유배 가기 전 아버지의 나이만큼 되고
말았다. 아버지의 예상대로 후에 부자가 시골에서 함께 살계 되었는데, 정약용은 백아곡
(白鴉谷. 팔당댐 건너 검단산 계곡) 입구에 삿갓만 한 정자를 짓고 五葉亭이라 하였다.
오엽정은 신선의 약초라 불리는 인삼인 삼아오엽(三椏五葉)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큰아들은 45살, 작은 아들은 42살로 백발이 성성해져 인삼밭을 손수 가꾸었다.
오엽정 노래- 정약용
五葉亭歌. 『茶山詩文集』권6
大兒今年洛書數 (대아금년낙서수) 큰아이는 금년 나이 낙서의 숫자와 같고
小兒今年貝經叶 (소아금년패경협) 작은아이는 금년 나이 패경과 딱 맞네
父罪如山石壓筍 (부죄여산석압순) 아비의 숱한 죄악에 눌려 크지도 못한 채
白髮蝟興那可鑷 (백발위흥나가섭) 백발이 성성해라 어찌 다 뽑을 수 있으랴?
圃者爲農販者商 (포자위농판자상) 가꾸는 자는 농부료 파는 자는 장사꾼이라
不齒士類奚暇怯 (불치사류해가겁) 사류에 못 끼는 것 겁낼 겨를이 어디 있었나?
槲葉黲土手自篩 (곡엽참토수자사) 떡갈잎과 검은 흙을 손수 체질도 하고
麻稭薄棚腰自挾 (마개박붕요자협) 삼대의 얇은 인삼 막을 허리에 끼기도 하네.
* 洛書: 중국 하나라의 우왕이 홍수를 다스릴 때 낙수에서 나온 거북의 등에 씌어
있었다는 45개의 점으로 이뤄진 아홉 개의 무늬. 45세를 뜻한다.
* 貝經: 불경을 가리키는 겄으로, 후한 명제 때 인도의 중 가섭마등과 축법란이
사십이장경을 중국어로 번역하여 맨 처음 중국에 전한 데서 온 말인데,
사십이장경 이란 불교의 요지를 42장으로 나누어 간명하게 설명해
놓았음을 뜻한다.
한시 러브레터. 강혜선
(주)도서출판 북멘토.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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