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漢詩 1

중국에 사신으로 가는 아들에게- 서영수합, 홍석주

花雲(화운) 2018. 8. 6. 17:03


중국에 사신으로 가는 아들에게- 서영수합, 홍석주

寄長兒赴燕行中(기장아부연행중), 癸亥(계해). 『영수합고(令壽閤稿)』



凉風忽已至 (량풍홀이지)   차가운 겨울바람 벌써 닥쳤는데

遊子衣無寒 (유자의무한)   길 떠난 너 옷은 춥지 않느냐?

念此勞我懷 (념차로아회)   이런 생각하느라 마음 졸이니

種種報平安 (종종보평안)   자주자주 잘 있다는 소식 전하렴.


중국 북경에 사신으로 가는 길을 연행이라 한다. 연행에 참여하는 자들은 주변의 가족,

친지, 지인들로부터 적잖은 송서문과 증별시를 받은 뒤 멀고 험한 길에 오른다. 여기

늙은 어미가 연행 간 아들에게 보낸 시가 한 편 있다. 1803년 서영수합(徐令壽閤.

1753~1823)이 서장관이 되어 중국 연경으로 감 큰 아들 홍석주(洪奭周. 1774~

1842)에게 부친 시이다.

당시 홍석주의 나이는 30세였다. 아들은 어머니가 쓴 운자를 그대로 받들어 답장의

시를 부쳤는데, 소박한 어투로 어머니께 아뢰듯 시를 지어 올렸다.



어머님께서 부쳐 보낸 시에 삼가 차운하- 홍석주

敬次慈親奇示韻(경차자친기시운). 『연천집(淵泉集)』


身上重裘手中線 (신상중구수중선)   몸에는 어머님 손수 지으신 두둑한 갖옷 입었으니

曉來風雪不知寒 (효래풍설부지한)   새벽에 바람 불고 눈 내려도 추위를 모르겠습니다.

北去隴西三百里 (북거롱서삼백리)   북녘으로 가는 농서 땅 삼백 리 길

那能日日報平安 (나능일일보평안)   어찌하면 날마다 평안하다 안부 아뢸 수 있을까요?


이처럼 모자간 특별한 수창을 남긴 서영수합과 홍석주의 집안은 조선 후기에 보기 드물게

온 가족이 시문으로 이름났었다. 서영수합은 승지 홍인모의 부인으로, 아버지는 강원도

관찰사와 이조참판을 지낸 서형수이고, 어머니는 김창협의 증손녀이며 김원행의 딸이었다.

그녀는 세 아들 석주, 길주, 현주와 두 딸을 두었다. 장남 홍석주는 1795년(정조9년)

문과에 급제하여 좌의정에까지 올랐던 인물이며 당대에 전통적인 주자학과 문장으로

명성을 얻었다.

차남 홍길주는 20세도 안 되어 문장에 통하여 경전에 정통하였으나 과거에 뜻이 없어

평생 과장에 나가지 않았고 말년에 지방관으로 가는 곳마다 선정을 베풀었던 인물이다.

홍현주는 숙선옹주를 아내로 맞아 영명위에 봉해졌다. 두 딸 중 유한당(幽閑堂)  원주

(原周) 역시 당대의 뛰어난 여류 시인이었다.



한시 러브레터. 강혜선

(주)도서출판 북멘토.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