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을 삼산 고을 원님에게 꾸다-김호연재
乞米三山守(걸미삼산수). 『호연재유고(浩然齋遺稿)』
浩然堂上浩然氣 (호연당상호연기) 호연당 위의 호연한 기상
雲水柴門樂浩然 (운수시문락호연) 아름다운 산수간 사립문에서 호연함을 즐기지요.
浩然雖樂生於穀 (호연수락생어곡) 비록 호연함이 즐겁긴 하나 곡식에서 생기니
乞米三山亦浩然 (걸미삼산역호연) 삼산원님께 쌀을 꾸는 것도 호연함이지요.
* 雲水: 운수향으로 구름과 물이 질펀한, 풍경이 맑고 그윽한 곳, 흔히 은자가 거처하는
곳을 이른다.
* 三山: 충청도 보은을 말한다.
送解妹兒爲腹愁 (송해매아위복수)
가정 살림이 어려워 쌀을 꾸어야 할 지경에 이르러서도 시원스럽게 시 한 수 지어 당당하게 쌀을 꾼 사대부가의 여성이 있었다. 그녀의 당호는 시원스러운 성격답게 호연재(浩然齋)였다.
'호연'을 여러 번 반복하여 얼핏 말장난 같은 느낌이 드는 시이다. 쌀을 꾸면서 '호연'을 다섯 번이나 반복한 것도 재미있지망, '호연하다'라는 서술어로 읽을 수도 있고 '호연재' 자신을 가리키는 말로 읽을 수도 있어 더욱 유쾌하다. 궁핍한 처지에서도 활달한 기상과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 여유를 엿볼 수 있다.
그런데 호연재가 제 오라버니에게 쌀을 청할 때 쓴 시는 위 시와 무척 어조가 다르다.
둘째 오빠에게 편지를 보내 쌀을 꾸다
簡仲氏乞米(간중씨걸미). 『호연재유고(浩然齋遺稿)』
日出紗窓輒復憂 (일출사창첩부우) 해가 비단 창에 뜨면 문득 다시 걱정이 되니
空拳求飽計無由 (공권구포계무유) 빈손으로 배부르기 구하나 계책이 없어요.
兩兄莫昔船頭米 (양형막석선두미) 두 분 오라버니께서는 배 위의 쌀을 아끼지 말고
送解妹兒爲腹愁 (송해매아위복수) 보내 주시어 이 누이의 구복 걱정 풀어 주세요.
김호연재(金浩然齋. 1681~1722)는 병자호란 당시 강화도에서 순절한 김상용의 자손인
김성달의 딸이다. 그녀는 홍주의 오두(충남 홍성군 갈산면 오두리)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는데, 출가하기 전까지 형제들과 어울려 시를 짓곤 하였다.
19세에 대전의 은진 송씨 문중으로 출가하였는데, 남편 송요화는 동춘당 송준길의 증손자
였다. 이들 부부는 1남1녀를 두었다. 그녀는 대전광역시 송촌동에 지금도 보존되어 있는
소대헌(小大軒) 고가에 살면서 틈틈이 한시를 지었다.
김효연재가 직접 제작한 친필 수고본은 소재를 확인할 수 없고, 현재는 후손에 의해 정리된 『호연재유고(浩然齋遺稿)』와 『증조고시고(曾祖考詩稿)』가 전해지고 있다.
한시 러브레터. 강혜선
(주)도서출판 북멘토.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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