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漢詩 1

마음의 때는 물로 씾기 어렵다네 - 고운 최치원

花雲(화운) 2018. 2. 9. 19:39


마음의 때는 물로 씾기 어렵다네 - 고운 최치원

<寓興,우흥>



身榮塵易染 (신영진이염)   몸이 영화로우면 티끌에 물들기 쉽고

心垢非難洗 (심구비난세)   마음의 때는 물로 씻기 어렵다네.

澹泊與誰論 (담박여수론)   담박한 맛을 누구와 의논하랴.

世路嗜甘醴 (세로기감례)   세상 사람들 단술을 즐기는구나.


孤雲 崔致遠 (857~?)

- 신라

- 18세 때 당나라에 유학하여 그곳에서 과거에 급제하고 관직을 받았으며 황소의 반란을

   토벌하는 군대의 종사관으로 출정하여 지었던 「토황소격, 討黃巢檄」은 중국에서도

   문장으로 명성을 날리게 하였다.

- 29세에 귀국하여 신라에 돌아와 벼슬하면서 문란한 정치를 개혁하기 위해 깊이 고심

   하고 구체적 개혁의 방책을 제시하였다.

- 그러나 이미 신라의 귀족체제는 부패에 적어 있어서 변혁의 의지를 상실한 상태였고

   이에 좌절감에 바쪄 40여 세의 나이에 벼슬을 버리고 사방을 떠돌며 은둔생활을

   하였다.


작품해설

- 이 시는 최치원의 「우흥, 愚興」8구 가운데 뒷부분 4구이다. 세상과 자신을 둘로

   나누어 보고 세상으로부터 자신능 격리시키려는 고고한 은둔자의 기풍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시이다.

- 첫째 구절에서는 일신이 높은 지위와 재물과 명성으로 영화를 누리게 되면 세속의

   혼탁한 허물에 빠지기 쉬움을 지적하고 있다. 일신의 영화로움을 경계하고 속진(俗塵)

   에 물들기를 거부하는 탈속적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 것이다.

-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야 말할 것도 없이 티끌의 혼탁함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치원은 세상의 긍정적 가능성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부정적 대상으로만

   보려고 하는 비판적 시각을 보여준다.

- 둘째 구절에서는 '마음에 묻은 때'를 언급하니 바로 세속의 티끌이 마음에 때가 되고

   있음을 말한다. '마음의 때'는 물로 씻어내기 어렵고 세속의 때가 마음에 묻으면 좀처럼

   씻어낼수가 없다는 말이다.

- 마음에서 세상 일을 깨끗이 지워냄으로써 마음을 청정하게 지키겠다는 것이니, 세속을

   이탈한 脫俗이요 出世間의 뜻을 보이고 있다.

- 셋째 구절은 이렇게 세상을 버리고 세상을 지워서 얻어지는 마음의 담박함 내지 청정

   함은 아무와도 함깨 할 수 없는 자신만의 세계임을 말하고 있다.

- 최치원은 부패와 타락의 현실에서 이탈하면서 마음의 평정을 찾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찾아낸 마음의 평정이란 '도'의 세계를 체득함으로서, '도'의 세게 안에서 安心

   立命의 경지를 확보하고 있음을 말한다.

- 넷째 구절은 마음의 평정을 이룬 자신의 독자젹 정신세계에서 세상을 다시 내다보았을

    때 보이는 세상의 모습을 말하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감각적 향락에 도취하여 걱정

   근심을 잊고 있는 것이다.

- 최치원은 자신이 현실세상을 벗어난 다음에 세상을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희생하는 개혁자의 모습은 아니라

   하겠다.



「詩境 : 漢詩와 道」, 금장태, 한국 한시의 세계

 박문사,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