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漢詩 1

만족할 줄 알면 그치기 바라노라 - 을지문덕

花雲(화운) 2018. 2. 8. 14:39


만족할 줄 알면 그치기 바라노라 - 을지문덕

<贈隋右翊衛大將軍于仲文,증수우익위대장군우중문>



神策究天文 (신책구천문)   신통한 책략은 천문을 구면했고

妙算窮地理 (묘산궁지리)   오묘한 계산은 지리를 궁진했네.

戰勝功旣高 (전승공기고)   승천하여 공적 이미 높았으니

知足願云止 (지족원운지)   만족할 줄 알면 그치기 바라노라.


乙支文德 (생년몰미상)

- 고구려 장군


작품해설

- 『三國史記』 列傳의 을지문덕에 관한 짤막한 기록에 실려 전해오는 이 시는 수나라

    대군을 물리치고 나라를 지켜낸 장군의 공적과 더불어 가슴을 통쾌하게 해주는 데

   상승 효과가 엄청나게 크다.

- 수나라 양제가 고구려를 치게 하였는데 우술문(宇文述)과 우중문(于仲文)이 거느린

   대군이 압록강을 건너 밀려왔다. 패퇴를 거듭하여 평양성 30리 밖까지 후퇴하고 나서

   을지문덕은 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이 시를 보내주었다고 한다.

- 수나라 장수는 여러가지 상황이 불리한 줄을 깨닫고 회군을 하기 시작했다. 이때

   을지문덕이 먕렬하게 공격을 퍼부어 450리를 추격하는 대격전을 치루었다. 수나라

   군대는 올 때 305,000명의 군사가 겨우 2,700명만 살아 돌아갔다.

- 이 시는 바로 이 역사적 대격전의 전쟁을 극적으로 반전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마치

   밤하늘을 가로지르며 날아 올라가는 눈부신 섬광의 신호탄 같은 것이었다.

- 이 시의 첫째 구절과 둘째 구절은 적장의 역량을 칭찬하는 말이다. 존망의 위기에서

   침략군의 적장을 칭찬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을지문덕은 파격적 발상을 하고 있다.

- 셋째 구절에서는 적장의 전투 성과를 칭찬하는 말이다 전투마다 승리하여 그 공적이

   이미 내우 높다고 칭찬하는 것이다. 과거형으로 말하는 '이미'는 벌써 끝났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계속 더 가면 지나치게 되고, 좋은 일도 지나치면 재앙이 될 수 있다는

   말을 암시하고 있는 말이다.

- 넷째 구절은 바로 앞에서 '이미'라고 언급한 말의 뜻을 분명히 결론으로 밝혀주고 있다. 

   『老者』(道德經) 44장에서는 "만족할 줄 알면 욕되지 않을 것이요, 그칠 중 랄면 위태

   롭지 않을 것이다"(知足不辰, 知止不殆)라고 하였다.  분명 수나라 장수는 병법을 배울

   때부터 익숙하게 읽었던 격언이니 상대편 장수인 을지문덕이 꿰뚫어 보고 있다는

   사실에 등골이 서늘해졌을 것이다.

- '펜이 칼보다 무섭다"는 말이 있지만, "을지문덕의 시 한 수는 30만 대군보다 무섭다"로

   고쳐 쓸 수 있지 않을까?



「詩境 : 漢詩와 道」, 금장태, 한국 한시의 세계

 박문사,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