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할 줄 알면 그치기 바라노라 - 을지문덕
<贈隋右翊衛大將軍于仲文,증수우익위대장군우중문>
神策究天文 (신책구천문) 신통한 책략은 천문을 구면했고
妙算窮地理 (묘산궁지리) 오묘한 계산은 지리를 궁진했네.
戰勝功旣高 (전승공기고) 승천하여 공적 이미 높았으니
知足願云止 (지족원운지) 만족할 줄 알면 그치기 바라노라.
乙支文德 (생년몰미상)
- 고구려 장군
작품해설
- 『三國史記』 列傳의 을지문덕에 관한 짤막한 기록에 실려 전해오는 이 시는 수나라
대군을 물리치고 나라를 지켜낸 장군의 공적과 더불어 가슴을 통쾌하게 해주는 데
상승 효과가 엄청나게 크다.
- 수나라 양제가 고구려를 치게 하였는데 우술문(宇文述)과 우중문(于仲文)이 거느린
대군이 압록강을 건너 밀려왔다. 패퇴를 거듭하여 평양성 30리 밖까지 후퇴하고 나서
을지문덕은 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이 시를 보내주었다고 한다.
- 수나라 장수는 여러가지 상황이 불리한 줄을 깨닫고 회군을 하기 시작했다. 이때
을지문덕이 먕렬하게 공격을 퍼부어 450리를 추격하는 대격전을 치루었다. 수나라
군대는 올 때 305,000명의 군사가 겨우 2,700명만 살아 돌아갔다.
- 이 시는 바로 이 역사적 대격전의 전쟁을 극적으로 반전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마치
밤하늘을 가로지르며 날아 올라가는 눈부신 섬광의 신호탄 같은 것이었다.
- 이 시의 첫째 구절과 둘째 구절은 적장의 역량을 칭찬하는 말이다. 존망의 위기에서
침략군의 적장을 칭찬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을지문덕은 파격적 발상을 하고 있다.
- 셋째 구절에서는 적장의 전투 성과를 칭찬하는 말이다 전투마다 승리하여 그 공적이
이미 내우 높다고 칭찬하는 것이다. 과거형으로 말하는 '이미'는 벌써 끝났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계속 더 가면 지나치게 되고, 좋은 일도 지나치면 재앙이 될 수 있다는
말을 암시하고 있는 말이다.
- 넷째 구절은 바로 앞에서 '이미'라고 언급한 말의 뜻을 분명히 결론으로 밝혀주고 있다.
『老者』(道德經) 44장에서는 "만족할 줄 알면 욕되지 않을 것이요, 그칠 중 랄면 위태
롭지 않을 것이다"(知足不辰, 知止不殆)라고 하였다. 분명 수나라 장수는 병법을 배울
때부터 익숙하게 읽었던 격언이니 상대편 장수인 을지문덕이 꿰뚫어 보고 있다는
사실에 등골이 서늘해졌을 것이다.
- '펜이 칼보다 무섭다"는 말이 있지만, "을지문덕의 시 한 수는 30만 대군보다 무섭다"로
고쳐 쓸 수 있지 않을까?
「詩境 : 漢詩와 道」, 금장태, 한국 한시의 세계
박문사, 2010
'花雲의 배움터 > 漢詩 1' 카테고리의 다른 글
또 솔거문고 있어 악보 없는 곡조를 타노니 - 성재 최충 (0) | 2018.02.09 |
---|---|
마음의 때는 물로 씾기 어렵다네 - 고운 최치원 (0) | 2018.02.09 |
물 흐르고 마음 함께 한가로워라 - 양명 왕수인 (0) | 2018.02.08 |
오직 '의'를 다하면 '인'도 이르는 것 - 문산 문천상 (0) | 2018.02.08 |
쉽고 간단한 공부 끝내 크게 오래가고 _ 상산 육구연 (0) | 2018.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