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漢詩 1

임종게 - 극근

花雲(화운) 2018. 1. 25. 17:54


臨終偈 (임종게) - 극근



已徹無功 (이철무공)   살면서 아무런 공도 없었으니

不必留頌 (불필무송)   굳이 게송을 남기지 않아도 되리.

聊爾應緣 (료이응연)   잠시 인영 따라 살 뿐이니

珍重珍重 (진중진중)   진중하고 진중하시게.


克勤 (1063~1135)

- 송나라의 선승(禪僧)이며 임제종(臨濟宗)의 제11조다.

- 중국 선종의 유명한 공안집인 『벽암록(碧巖錄)』에 평설을 붙였다. '벽암'은 극근이

   협산(夾山)에 있을 때, 그곳의 방장실에 걸린 편액에 쓰여 있던 글자였다.

- 『벽암록(碧巖錄)』은 승려들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애독하는 책이다. 송나라의 高宗은

   극근을 존경하여 '원오(圜悟)'라는 호를 내려주었다. 일반에겐 원오극근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

- 입적한 뒤에는 眞覺國師 시호를 받았다.

- "간화선(看話禪)"으로 대변되는 선승 대헤종고(大慧宗杲, 1089~1163)는 그의 제자다.


작품해설

- '게(偈)'는 한시에 속하지 않지만,위의 글처럼 글자 수를 맞춘 운문의 형식으로 이루어

   져 있다.

- 불경은 처음에 내용을 길게 써 놓고, 끝에 ㅇ게를 써서 그 내용을 축약해 놓는 경우가

   많다. 내용과 관계없이 부처의 공덕을 노래할 경우에도 게를 쓴다.

- 윗글은 게의 형식을 빌려 죽음을 앞둔 스승이 제자들에게 유언한 것이다. 이런 임종게

   는 통상제자들이 스승에게 남겨달라고 부탁해서 이루어진다.


- 이처럼 대단한 사람인데도 제자들에게 남기는 임종게는 소박하기 짝이 없다. 뭔가 큰

  가르침을 남길 줄 알았는데 겨우 하는 말이 "난 살면서 한 게 없다. 그러니 거창하게

   임종게 같은 건 남길 이유가 없다. 이 세상은 잠시 들렀다 가는 곳일 뿐이댜. 다들 몸

   살피면서 살게"이다.

- ''徹' : '통하다', '도달하다'는 뜻을 지지고 있다. '아무건 공이 없는 데까지 도달했다'

   는 것이다. 어느 정도 한 게 있다고 은근히 내세우는게 아니라 정말로 한 게 없다고

   솔직히 말하는 것이다.

- 마지막 구의 '진중'은 '몸을 아끼라'는 말이다. 편지의 마지막에, 또는 사람과 헤어질

   때 관용구처럼쓰는 말이다. '진중하라'를 '진지(眞摯)하다'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둘은 전혀 뜻도 다르고 한자도 다르다.

- 참으로 겸손한 임종게라는 생각이 든다. 스승을 잃고 상실감에 몸서리칠 제자들을

   아끼는 마음이 전해진다. 자기 죽음을 앞두고도 살아갈 사람들을 염려하는 스승의

   마음이 느껴진다.



「한시에 마음을 베이다 」  김재욱 지음. 死·七

  왕의 서재.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