臨終偈 (임종게) - 극근
已徹無功 (이철무공) 살면서 아무런 공도 없었으니
不必留頌 (불필무송) 굳이 게송을 남기지 않아도 되리.
聊爾應緣 (료이응연) 잠시 인영 따라 살 뿐이니
珍重珍重 (진중진중) 진중하고 진중하시게.
克勤 (1063~1135)
- 송나라의 선승(禪僧)이며 임제종(臨濟宗)의 제11조다.
- 중국 선종의 유명한 공안집인 『벽암록(碧巖錄)』에 평설을 붙였다. '벽암'은 극근이
협산(夾山)에 있을 때, 그곳의 방장실에 걸린 편액에 쓰여 있던 글자였다.
- 『벽암록(碧巖錄)』은 승려들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애독하는 책이다. 송나라의 高宗은
극근을 존경하여 '원오(圜悟)'라는 호를 내려주었다. 일반에겐 원오극근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
- 입적한 뒤에는 眞覺國師 시호를 받았다.
- "간화선(看話禪)"으로 대변되는 선승 대헤종고(大慧宗杲, 1089~1163)는 그의 제자다.
작품해설
- '게(偈)'는 한시에 속하지 않지만,위의 글처럼 글자 수를 맞춘 운문의 형식으로 이루어
져 있다.
- 불경은 처음에 내용을 길게 써 놓고, 끝에 ㅇ게를 써서 그 내용을 축약해 놓는 경우가
많다. 내용과 관계없이 부처의 공덕을 노래할 경우에도 게를 쓴다.
- 윗글은 게의 형식을 빌려 죽음을 앞둔 스승이 제자들에게 유언한 것이다. 이런 임종게
는 통상제자들이 스승에게 남겨달라고 부탁해서 이루어진다.
- 이처럼 대단한 사람인데도 제자들에게 남기는 임종게는 소박하기 짝이 없다. 뭔가 큰
가르침을 남길 줄 알았는데 겨우 하는 말이 "난 살면서 한 게 없다. 그러니 거창하게
임종게 같은 건 남길 이유가 없다. 이 세상은 잠시 들렀다 가는 곳일 뿐이댜. 다들 몸
살피면서 살게"이다.
- ''徹' : '통하다', '도달하다'는 뜻을 지지고 있다. '아무건 공이 없는 데까지 도달했다'
는 것이다. 어느 정도 한 게 있다고 은근히 내세우는게 아니라 정말로 한 게 없다고
솔직히 말하는 것이다.
- 마지막 구의 '진중'은 '몸을 아끼라'는 말이다. 편지의 마지막에, 또는 사람과 헤어질
때 관용구처럼쓰는 말이다. '진중하라'를 '진지(眞摯)하다'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둘은 전혀 뜻도 다르고 한자도 다르다.
- 참으로 겸손한 임종게라는 생각이 든다. 스승을 잃고 상실감에 몸서리칠 제자들을
아끼는 마음이 전해진다. 자기 죽음을 앞두고도 살아갈 사람들을 염려하는 스승의
마음이 느껴진다.
「한시에 마음을 베이다 」 김재욱 지음. 死·七
왕의 서재. 2015
'花雲의 배움터 > 漢詩 1'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대와 이별하며 - 고적 (0) | 2018.01.26 |
---|---|
술을 권하며 - 우무릉 (0) | 2018.01.26 |
이사함 정에 대한 만사 - 김창협 (0) | 2018.01.25 |
동쪽 정원에서 - 심노승 (0) | 2018.01.25 |
연암에서 죽은 형을 추억하며 - 박지원 (0) | 2018.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