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와 이별하며 - 고적
別董大 (별동대). 『萬首唐人絶句,만수당인절구』권 4
十里黃雲白日曛 (십리황운백일훈) 십 리에 누런 구름, 해는 저무는데
北風吹雁雪紛紛 (북풍취안설분분) 북풍은 기러기를 몰아가고 눈발은 어지럽다.
莫愁前路無知己 (막수전로무지기) 앞길에 알아주는 이 없을까 근심치 말게.
天下誰人不識君 (천하수인불식군) 천하에 그대 모를 사람 누가 있겠나.
高適 (707~765)
- 당나라 시인
- 이 시를 쓴 고적은 문학사에서 '변새파(邊塞派) 시인'이라 부른다. '변새'는 변방이라
는 뜻인데 중국 북쪽 국경의 사막 지역을 가리킨다.
- 고적은 변방에서 공을 세우기 위해 평생 세 번을 종군했다. 몰락한 가문에서 태어났
으므로 중앙에서 벼슬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 예나 지금이나 전방에 있는 군인들의 환경은 좋지 못하다. 고적은 변방에 있으면서
고단한 병사들의 삶, 백성들의 처참한 생활, 황량한 국경 지역의 풍경을 읊은 시를
다수 남겨 놓았다.
- 후대의 비평가들은 고적의 시에 '비장함'이 깃들어 있다고 했다.
작품해설
- 孟子는 '責善은 친구 사이의 도리'라고 했다. 책선은 '선한 행동을 하라고 권면'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친구 사이에선 칭찬보다는 충고하거나 독려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 「별동대」에서는 '비장함'이 두드러지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황운', '백일훈',
'북풍' 등의 시어에서 변방 지역의 황량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 '십 리에 누런 구름 해는 저무는데' : 사막 지역이라 구름도 모래빛으로 보인다.
혼탁한 구름이 햇빛을 어슴푸레하게 만든다.
- '북풍은 기러기를 몰아가고 눈발은 어지럽다.' : 북쪽에 있으니 바람은 차고, 이 바람
은 기러기를 남쪽으로 밀어낸다. 눈발까지 어지러이 날리니 마음이 더욱 처령해진다.
이 두 구는 지금 이곳 풍경을 그린 것이기도 하고, 헤어지는 마음을 풍경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 동대(董大)는 당나라 깨 거문고의 명수로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떠돌고 있던 동정란
(董庭蘭)이라는 사람이다.기가 꺾인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 고적 역시 자기 뜻을 펼치지 못해 변방을 떠돌았으므로 둘 다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이별을 앞두고 동대는 이제 혼자 떠돌게 되면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을
것 같다며 근심 어린 한숨을 쉬었을 것이다. 고적은 기개 있는 사람이라 함께 의기
소침하지 않았다.
- '앞길에 알아주는 이 없을까 근심치 말게, 천하에 그대 모를 사람 누가 있겠나.' : 지금
동대 당신은 떠돌이 생활을 하는 처지지만, 당신의 명성은 이미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 어디를 가더라도 당신을 알아줄 사람이 있을 것이니 염려하지 마시라'
이만큼 친구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말이 또 어디 있을까. 이 두 구는 동대를 격려하는
말이면서 자신 역시 앞길에 고난이 와도 이겨내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한시에 마음을 베이다 」 김재욱 지음. 親·二
왕의 서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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