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되어
덧없이 살다가 미련 없이
이 세상을 떠나야 할 때가 오면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게 될까
어떤 이는 양지 바른 언덕에
꽃처럼 피었다가 쓰러진 영혼을 묻고
어떤 이는 한 줌 재로 이별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푸른 나무에 기대어
또 다른 세상을 이어가고 싶어 한다
태어났으니까 살아가고
고독해서 울다 보니
떠내려 간 기억들 모두 추억할 수 없지만
부서질 만큼 아프고
쓰러질 만큼 흔들리면서
등불 꺼지듯 한 목숨 스러지고 난 후엔
땅 끝으로 흐르는 바람이 되어
누워 있는 풀들을 달리게 하고
고여 있는 물들을 춤추게 하며
낯선 골짜기에 맑은 숨결을 채우고 싶다
2017.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