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산(雪山)
갖은 풍상에 시달릴 지라도
여전히 당당하게 솟아 있고
누구보다 높이 바람을 마주하여
아우성치는 한설에 묻힐 지라도
한량없는 그 품에 묵묵히
만년설화(萬年雪花) 간직하고 있구려
오래도록 품었어도 녹아버린 옛정은
제 갈 길 가도록 물길 열어주고
멀리서도 그윽이 바라볼 수 있도록
그 자리에 우뚝 서서 빛나는 산이여
꽃이 피고 지는 애달픈 사연
무수히 흔들리며 스쳐갔어도
시간이 흐를수록 단단한 얼굴로
무정한 세월만 창공에 새기고 있구려
2015.12.20
일본 중부 '알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