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6

날개

花雲(화운) 2016. 3. 31. 10:15

날개

 

 

그의 비행은 참 기운차기도 하지

수많은 목숨 비좁은 가슴에 끌어 안고

거침없이 허공을 뚫고 날아오를 때면

폭발하는 굉음에 붙잡히지 않으려

끓어오르는 포효를 앞질러 달리네

 

떨어진 깃털은 참 가볍기도 하지

뼛속 깊이 파고드는 막막한 근심

축축하게 젖어들어 속으로 고일 때면

견디다 못해 삭아버린 회한을 닮아

속속들이 빛바랜 구멍이 생기네

 

버릴 수 있는 것은 어쨌든

버려야만 비상을 하는 날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살아가는 것은

전혀 바라는 일이 아니었기에

넉넉히 채우고도 가벼이 날 수 있다면

남은 것까지 덜어내는 아픔이 있더라도

울음으로 환호하며 박차고 올라야 해

 

 

201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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