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그의 비행은 참 기운차기도 하지
수많은 목숨 비좁은 가슴에 끌어 안고
거침없이 허공을 뚫고 날아오를 때면
폭발하는 굉음에 붙잡히지 않으려
끓어오르는 포효를 앞질러 달리네
떨어진 깃털은 참 가볍기도 하지
뼛속 깊이 파고드는 막막한 근심
축축하게 젖어들어 속으로 고일 때면
견디다 못해 삭아버린 회한을 닮아
속속들이 빛바랜 구멍이 생기네
버릴 수 있는 것은 어쨌든
버려야만 비상을 하는 날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살아가는 것은
전혀 바라는 일이 아니었기에
넉넉히 채우고도 가벼이 날 수 있다면
남은 것까지 덜어내는 아픔이 있더라도
울음으로 환호하며 박차고 올라야 해
2016.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