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달
어렸을 때 앞산 위에 솟은
보름달은 겨우 엄지손톱만 했다
엄마 키만큼 자란 후에 떠오른 달은
국그릇보다 크지 않았고
아이 엄마가 되어서
한쪽 눈을 찡그린 채 바라보아도
바가지보다 더 크게 보이지는 않았다
늙으신 엄마는 기울어진 달을 보고도
외갓집 마당만하다 하시는데
아무리 고개 아프게 올려다보아도
더 이상 커지지 않을 것 같은 붉은 달
엄마 나이만큼 살아서
삭정이 말라비틀어지듯 가벼워지면
옹기종기 둘러앉은 맷방석만한 달이 보일까
나날이 희어지는 머리카락 따라서
마음자리 훤하게 넓어지면
온 세상 끌어안을 여유가 그때엔 생기려나
2014.09.08
시집 <엄마는 어땠어요?>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