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세상
나무 밑을 지나다
무심코 거미줄을 건드렸다
누가 침범을 했다고 그러는지
아니면 먹이가 걸린 줄 알았는지
꼼짝 않고 망을 보던 거미
긴 다리 휘어지도록 그물을 흔들어 댄다
벌레를 잡으려는 거미는 올가미를 흔들고
춤을 추는 젊은이들은 엉덩이를 흔들고
열매를 거두려는 농부는 나무를 흔들고
신에 접하려는 무당은 방울을 흔든다
흔들리면 바람에 실려
먼 곳으로 날아가는 홀씨가 될 수 있지만
흔들리지 않으면 꼭지에 매달린 채
말라 죽는 쭉정이가 되기도 한다
깨우지 않아도
어둠을 뚫고 솟아오르는
저 들판의 푸른 생명처럼
세상은 쉴 새 없이 흔들리고 있다
2014.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