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6

흔들리는 세상

花雲(화운) 2014. 8. 17. 18:22

흔들리는 세상

 

 

나무 밑을 지나다

무심코 거미줄을 건드렸다 

 

누가 침범을 했다고 그러는지

아니면 먹이가 걸린 줄 알았는지

꼼짝 않고 망을 보던 거미

긴 다리 휘어지도록 그물을 흔들어 댄다

 

벌레를 잡으려는 거미는 올가미를 흔들고

춤을 추는 젊은이들은 엉덩이를 흔들고

열매를 거두려는 농부는 나무를 흔들고

신에 접하려는 무당은 방울을 흔든다

 

흔들리면 바람에 실려

먼 곳으로 날아가는 홀씨가 될 수 있지만

흔들리지 않으면 꼭지에 매달린 채

말라 죽는 쭉정이가 되기도 한다

 

깨우지 않아도 

어둠을 뚫고 솟아오르는

저 들판의 푸른 생명처럼

세상은 쉴 새 없이  흔들리고 있다

 

 

201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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