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한 목숨
임승진
가을마저 지나간 겨울 문턱
단풍 입은 철쭉나무 아래로
숨은 듯 뻗어나간 줄기에
뜬금 없이 매달린 수박이 있었다
갈바람에 시달려 자라지도 못하더니
무서리 한방에 까무러쳤다
누군가 먹고 버린 씨앗에서 태어나
기를 쓰고 살아보려 했던 저 어린 것
모두가 누런 이불 덮고 있는 아침
누구 탓이라 할 것도 없이
푸르다 못해 창백한 알몸 드러내놓고
싸늘하니 맨땅에 누워 있었다
2013.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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