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5

무상한 목숨

花雲(화운) 2013. 12. 3. 14:52


 

 

무상한 목숨

 

                                 임승진

 

 

가을마저 지나간 겨울 문턱

단풍 입은 철쭉나무 아래로

숨은 듯 뻗어나간 줄기에

뜬금 없이 매달린 수박이 있었다

갈바람에 시달려 자라지도 못하더니

무서리 한방에 까무러쳤다

누군가 먹고 버린 씨앗에서 태어나

기를 쓰고 살아보려 했던 저 어린 것

모두가 누런 이불 덮고 있는 아침

누구 탓이라 할 것도 없이

푸르다 못해 창백한 알몸 드러내놓고 

싸늘하니 맨땅에 누워 있었다

 


2013.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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