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5

아들의 걸음/ 1

花雲(화운) 2013. 9. 3. 22:18

아들의 걸음

 

 

유난히 더디게 자라서

웬만큼 키가 커도 온전히 서질 못하고

첫돌을 한참 넘기고서야 

위태로운 걸음마를 떼던 아이

몸이 가볍다 보니

다리까지 휘청거려 넘어지기 일쑤

깡총거릴 만큼 되어서도 아이는

늘 여러 개의 구멍을 무릎에 달고 다녔다

가슴에 뚫리는 커다란 구멍으로 볼 때마다

구불거리는 비탈길에서

제 몸 지탱하지 못할까 

아슬아슬한 마음이었는데

어느덧 장성하여 반려자를 맞이한다 하니

지켜보기 애처로운 저 걸음

연약하더라도 또 다른 두 발을 보태면

먼 길 걸어가기 절로 힘이 나려나 

 

 

2013.09.03

시집 <엄마는 어땠어요?> 게재

 

 

'花雲의 詩 > 화운의 詩 5'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등대  (0) 2013.09.20
핸드볼  (0) 2013.09.14
비 오는 밤  (0) 2013.07.07
풀과의 전쟁  (0) 2013.07.06
세월 흐르건만  (0) 2013.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