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걸음
유난히 더디게 자라서
웬만큼 키가 커도 온전히 서질 못하고
첫돌을 한참 넘기고서야
위태로운 걸음마를 떼던 아이
몸이 가볍다 보니
다리까지 휘청거려 넘어지기 일쑤
깡총거릴 만큼 되어서도 아이는
늘 여러 개의 구멍을 무릎에 달고 다녔다
가슴에 뚫리는 커다란 구멍으로 볼 때마다
구불거리는 비탈길에서
제 몸 지탱하지 못할까
아슬아슬한 마음이었는데
어느덧 장성하여 반려자를 맞이한다 하니
지켜보기 애처로운 저 걸음
연약하더라도 또 다른 두 발을 보태면
먼 길 걸어가기 절로 힘이 나려나
2013.09.03
시집 <엄마는 어땠어요?>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