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꽃은 지면서 비를 부른다 / 홍해리
온몸에 오소소 돋아있던
반짝이는 작은 털 더듬이 삼아
오동꽃 통째로 낙하하고 있다
보일 듯 말 듯
아주 연한 보랏빛으로,
시나브로
동백꽃 지듯 툭! 툭! 지고 있다
처음으로 너를 주워 드니
끈끈한 그리움이 손을 잡는다
무작정 추락하는
네 마지막 아름다운 헌신,
하나늬 열매를 위해
나도 이렇듯 다 포기하고
그냥 뛰어내리고 싶다
떨어져 내린 꽃 위로
공양하듯
또 비가 두런두런 내리고 있다.
[시집 ‘투망도’ 196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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