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스승의 詩

오동꽃은 지면서 비를 부른다 / 홍해리

花雲(화운) 2012. 7. 21. 05:35


오동꽃은 지면서 비를 부른다 / 홍해리

 


온몸에 오소소 돋아있던

반짝이는 작은 털 더듬이 삼아

오동꽃 통째로 낙하하고 있다

보일 듯 말 듯

아주 연한 보랏빛으로,

시나브로

동백꽃 지듯 툭! 툭! 지고 있다

처음으로 너를 주워 드니

끈끈한 그리움이 손을 잡는다

무작정 추락하는

네 마지막 아름다운 헌신,

하나늬 열매를 위해

나도 이렇듯 다 포기하고

그냥 뛰어내리고 싶다

떨어져 내린 꽃 위로

공양하듯

또 비가 두런두런 내리고 있다.

 

 [시집 ‘투망도’ 1969년]

 

'花雲의 배움터 > 스승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가 / 홍해리  (0) 2012.08.11
숲의 회의 / 임 보  (0) 2012.07.26
뚜쟁이 짓을 하지 마라 / 임 보  (0) 2012.07.08
연꽃 피는 저녁에 / 홍해리   (0) 2012.06.25
유년의 강 / 임 보  (0) 2012.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