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5

보내야 하는 사랑

花雲(화운) 2012. 5. 7. 08:52

보내야 하는 사랑

 

 

딸아이가 지방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때마침 아이 친구가 만나러 간다 하기에

반찬 몇 가지를 담아 냄새 날까 꽁꽁 싸서 보냈다

객지 밥 먹고 있으면 엄마 손맛 그리울 것 같아

딴엔 간간하게 입맛 당기는 밑반찬을 보냈는데

 

반가운 벨 소리에 덥석 받아 든 전화

“반찬 보내지 말라니까. 있어도 안 먹어.”

“안 먹으려면 버려.”

서운하기보다 괘씸하기 짝이 없어 내뱉고 나서

공연히 방문 여닫으며 

상한 속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라 허둥대다 밤이 이른다

 

“엄마! 방금 저녁 먹었어. 오이짠지하고 잘 먹었어.”

“그래? 잘됐네. 그럼 쉬어!”

저 때문에 기분이 나빴다는 걸 알리고 싶어

가급적 말을 줄여 차갑게 쏘아붙이고 재빨리 전화를 끊는다

 

다시는 아무 것도 챙겨주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해보지만

아직은 이리저리 보듬고 싶은 애착이 한구석에서 뭉그적거린다

제 딴엔 다 컸다고 남은 응석마저 부려보는 것이겠지만

그래 살아봐라 더 살아보면 알 것이다.

사는 맛이 얼마나 짜고, 쓰고, 매운지……

정 떨어지는 투정 더는 받아주지 말고

남몰래 눈물 짤 일이 생긴다 해도

이젠 모른 척 품 안에서 쫓아 보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2012.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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