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야 하는 사랑
딸아이가 지방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때마침 아이 친구가 만나러 간다 하기에
반찬 몇 가지를 담아 냄새 날까 꽁꽁 싸서 보냈다
객지 밥 먹고 있으면 엄마 손맛 그리울 것 같아
딴엔 간간하게 입맛 당기는 밑반찬을 보냈는데
반가운 벨 소리에 덥석 받아 든 전화
“반찬 보내지 말라니까. 있어도 안 먹어.”
“안 먹으려면 버려.”
서운하기보다 괘씸하기 짝이 없어 내뱉고 나서
공연히 방문 여닫으며
상한 속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라 허둥대다 밤이 이른다
“엄마! 방금 저녁 먹었어. 오이짠지하고 잘 먹었어.”
“그래? 잘됐네. 그럼 쉬어!”
저 때문에 기분이 나빴다는 걸 알리고 싶어
가급적 말을 줄여 차갑게 쏘아붙이고 재빨리 전화를 끊는다
다시는 아무 것도 챙겨주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해보지만
아직은 이리저리 보듬고 싶은 애착이 한구석에서 뭉그적거린다
제 딴엔 다 컸다고 남은 응석마저 부려보는 것이겠지만
그래 살아봐라 더 살아보면 알 것이다.
사는 맛이 얼마나 짜고, 쓰고, 매운지……
정 떨어지는 투정 더는 받아주지 말고
남몰래 눈물 짤 일이 생긴다 해도
이젠 모른 척 품 안에서 쫓아 보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2012.05.05
'花雲의 詩 > 화운의 詩 5'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범종소리 (0) | 2012.05.10 |
---|---|
아름다운 길 (0) | 2012.05.08 |
멀어져 가는 사랑 (0) | 2012.05.05 |
아버지의 임종/ 1 (0) | 2012.05.03 |
어떻게 알았을까/<물도 자란다> (0) | 2012.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