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의 삶/ 김정원
사랑과 보살핌의 딸이다가
한 남자의 아내이다가
아이들의 엄마이다가
갱년기라는 환절기를 거친 어느 날
누군가 할머니, 하고 불렀다
둘레를 살펴 자신인 것을,
딸아, 여보, 엄마는
참 쁘듯하고 따뜻한 계절의 이름이었다
거울 앞에 돌아와
조용히 머리를 빗어내린다
할머니를 달래듯이 빗어내린다
할머니 다음엔 별 이름이 없지
세상은 자꾸만 멀어져 가고
깨어나는 아침마다 어찌
나는 빈곤할까
문 앞의 늦가을 샐비어
빨갛게 웃어준다
아파도 아프지 않게
슬퍼도 슬프지 않게
외롬도 슬퍼지는 놀람도
황홀하게 피워 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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