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네 번의 삶/ 김정원

花雲(화운) 2011. 12. 8. 08:57


네 번의 삶/ 김정원

 


사랑과 보살핌의 딸이다가

한 남자의 아내이다가

아이들의 엄마이다가

갱년기라는 환절기를 거친 어느 날

 

누군가 할머니, 하고 불렀다

둘레를 살펴 자신인 것을,

딸아, 여보, 엄마는

참 쁘듯하고 따뜻한 계절의 이름이었다

 

거울 앞에 돌아와

조용히 머리를 빗어내린다

할머니를 달래듯이 빗어내린다

할머니 다음엔 별 이름이 없지

 

세상은 자꾸만 멀어져 가고

깨어나는 아침마다 어찌

나는 빈곤할까

 

문 앞의 늦가을 샐비어

빨갛게 웃어준다

 

아파도 아프지 않게

슬퍼도 슬프지 않게

외롬도 슬퍼지는 놀람도

황홀하게 피워 보라 한다.

 


* wooajn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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