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광규의 시창작 스캔들/일곱째, 쉽게 쓴다
* 요즈음 횡설수설하고 난잡 난해해서 도저히 읽기가 불편한 시들을 자주 만납니다. 요즈음 시만 소통 불가의 문장일까요? 옛날에도 그런 시들이 있었지만 시간의 빗자루가 쓸어버린 겁니다.
언어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입니다. 언어를 발명한 이유는 인관과 인간 사이의 소통을 위해서죠. 소통이 안되는 문학이라면 소음일 뿐이며, 최하급의 문학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래서 초고를 쓰고 나서 무슨 얘기인지 전달이 잘 될 때까지 고치고 고쳐야 합니다. 형상이 선명해질 때까지 퇴고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퇴고는 <논어>에 나오는 절차탁마의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죠.
절차탁마는 옥그릇을 만들 때, 옥을 자르고 쓸고 쪼고 가는 것과 같이 정성을 들인다는 말입니다. 절차탁마를 위한 자신에 대한 극기아 시에 대한 극진이 필요합니다.
* 언어의 불충분성: 물론 문자나 말로 자신의 마음과 진리를 남에게 정확히 전달하기는 불가능 합니다. 언어의 불충분성 때문이죠. 구렇기 때문에 작가는 끊임없이 말을 바꾸어가며 새롭게 표현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사랑을 주제로 한 시가 수 없이 많은 것은 '사랑'을 정확히 정의할 수 없는 언어의 불충분성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 쓰기는 아무리 정확히 표현 하려고 해도 표현이 안되는 실패의 실현인 것입니다.
* 이미 민족 최고의 철학자 원효는 진리의 전달을 정확하게 할 수 없는 언어의 한계에 대하여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모든 연설은 가명(假名)에 지나지 않으며, 실상에 연결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원효는 말을 불신 하면서도 말을 계속 늘어놓았습니다.
말이 아니면 이치를 드러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말이나 글은 거짓 이름에 지나지 않는군! 실제 대상과 연결되지 않아! 그래도 진리를 전달하는 방법은 말과 글 말고는 없겠지.">
* 시인 역시 대상을 보고 일어난 자신의 서정적 충동을 정확하게 표현하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그래서 시인들이 표현을 놓고 괴로우하는 것입니다. 스님이 평생 공부하여 깨달았다는 진리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언어로 밖에 표현하지 못했던 심정을 시인은 이해할 것입니다.
<<자주 접하는 Q&A...>>
Q; 시를 아무리 뜯어보아도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어요.
A; 그것은 독자의 잘못이 아니라 창작자의 표현 미숙에서 오는 것입니다. 물론 시는 자기
규정이 없어서 일벙적으로 시인만 아는 불통을 전제로 쓰는 시가 있기도 하겠지만,
이런 태도는 바람직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Q; 소의 유명하다는 시인, 유명 출판사에서 나온 시를 읽으면서 도저히 해독을 못하겠어
요.
A; 이러한 현상은 시인이 미숙하거나 잘못 쓴 데서 오는 것이니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소비자, 즉 감상자인 독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공장에서 주방용품인 고무장갑
을 손가락이 붙게 만든 기술자와 꼭같이 불량품을 만든 창작자의 잘못입니다.
Q; 문학상을 받으면 훌륭한 시인인가요?
A; 문학상과 훌륭한 시인은 서로 상관이 없습니다. 대중과 상을 주는 사람에게 아부를
잘 하면 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악의 상은 국가로부터 상을 받는 것이죠. 그런 사람
을 삼류작가라고 한 독설가도 있습니다. 작가는 그 자체가 정부입니다.
* 어떤 글이든 읽기 어려운 것은 작가가 충분히 문장에 정성을 들려 절차탁마, 퇴고를 하지 않아서입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나 역시 명망 높은 경제학자로서 아무나 읽지 못하는 어려운 글은 쓸 수 있는 능력은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대중이 알어먹는 쉬운 글쓰기를 강조한 사례입니다.
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변에 횡설수설과 난해 난잡 불총하는 시를 인정하고 독려하고 양산하는 평론가와 학자와 어론과 문예잡지들이 있습니다. 당장 이러한 허망한 것들을 용기 있게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기 바랍니다. 그리고 쉽고 아름다운 시를 찾아 읽고 쓸 것을 권고합니다.
<2011 우리시회 해변학교 특강/공광규>
'花雲의 배움터 > 詩 창작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틀리기 쉬운 우리말 1 (0) | 2019.03.19 |
---|---|
시조, 형식보다는 내용, 내용이 더 문제다. / 박옥위 (0) | 2012.03.29 |
공광규의 시 창작 스캔들/여섯째, 현실을 건드린다 (0) | 2011.11.27 |
공광규의 시 창작 스캔들/다섯째, 재미있게 만든다 (0) | 2011.11.27 |
공광규의 시 창작 스캔들/넷째, 선배에게 배운다 (0) | 2011.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