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詩 창작론

공광규의 시 창작 스캔들/넷째, 선배에게 배운다

花雲(화운) 2011. 11. 27. 07:06


공광규의 시 창작 스캔들/ 넷째, 선배에게 배운다

 

* 모든 글쓰기는 선배(고전, 옛것)을 모방하는 데서 시작/ 시 역시 선배를 흉내내는 것에서 시작

* 글쓰기 초기에는 선배의 것을 모방하고 이력이 붙으면 자기만의 색깔을 갖청가며, 점점 독창적 생각과 표현을 하게됨. 그 이후라도 시의 질적 성장과 비약을 위해서는 고전과 선배의 글을 계속 공부해야 함

 

= 유협: "고대의 모범을 참좌여 창작방법을 정립한다" (<문심조룡>)

= 공자: 술이부작(術而不作) - '내 글은 고전과 선배가 이루어 놓은 것을 진술한 것이지

  창작한 것이 아니다'. 온고지신(溫故知新) - '옛 것을 따듯하게 품어서 새로운 것을 안다"

= 성경: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 서거정: '모든 작품은 표현이나 구샹에서 그 나름의 근원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시고 전가를 가지고 있다는 말

= 윤동주는 백석 시집 <사슴>을 베껴 쓰면서 공부했다는 기록이 있고, 신경림과 안도현도

   백석을 열심히 공부한 흔적이 시에 나타남

= 추사 김정희: '가슴속에 만권의 책이 들어 있어야 그것이 흘러 넘쳐서 그림과 글씨가

   된다'/ 서권기 문자향(書券氣 文字香) - 책을 많이 읽고 교양을 쌓으면 몸에서 책의

   기운이 풍기고 문자의 향기가 난다.

     

<<세한도>>

   세한도은 추사 김정의가 제주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1844년(헌종 10)에 그린 문인화.

베이징에서 두 번이나 귀한 책을 보내준 제자 이상적의 인품을 칭송하며 답례로 그려준

그림으로 김정의 그림의 백미(白眉), [세한도]라는 제목은 <<논어>> 자한 27장에 나오는

 '세한영후(歲寒然後)에 지송백지후조야(知松栢之後凋也) - 날씨가 추어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뒤늦게 시듦을 알 수 있는 법이다'라는 문구에서 발췌한 것. 궨세만 쫓는 세상 인심 에서 모두 추사를 외면할 때 홀로 사제지간의 의리를 다한 이상적에게 세한도를 그려줌.

  당시 추사는 환갑을 바라보는 59세였고 당시로는 십중팔구 유배지에서 생을 마감할 참담한 상황. 이런 점에서 세한도는 추사 60년 인생의 모든 것이 녹아 있는 작품이자 유언.


= 체 게바라: 혁명전장에서도 고전과 선배의 시를 베꼈다. 그의 배낭 속에는 언제나 괴테,

   보들레르, 도스토예프스키, 네구다, 마르크스,프로이트, 레닌 등의 책들이 떠나질 않았

   다고 한다. 그가 주로 필사한 것은 사랑과 낭만시. 그는 사랑과 낭만을 많은 사람들에게

   안겨주려고 혁명전장에 뛰어든 것은 아닐까? 어려서부터 언제 어디서든 책을 읽었다는

   체 게바라(1928~1967)는 혁명전장에서 선배들의 시를 베끼고 글을 열심히 썼다고 한

   다.

   아르헨티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의대를 졸업하고세상을 바꾸기 위해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쿠바혁명에 참여했다. 전장에서 전사한 그의 유품에는 지도와 두 권의 일기,

   공책 한 권이 있었는데 네루다 등 4명의 69편 시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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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아내를 들어 올리는데/ 마른 풀단처럼 가볍다//

수컷인 내가/여기저기 사냥터로 끌고 다녔고/ 새끼 두 마리가 몸을 찢고 나와/

꿰맨 적이 있다//먹이를 구하다가 지치고 병든/ 컹컹 우는 암사자를 업고 병원으로 뛰는데//

누가 속을 파먹었는지/헌 가죽부대처럼 가볍다

 

- <아내>는 독일의 시인 브레히트를 공부하여 얻은 것/ 그의 <나의 어머니>를 읽지 않았다면 이 시를 생각해내지 못했을 것.

   '그녀가 죽었을 때 사람들은 그녀를 땅 속에 묻었다/

   체중이 가벼운 그녀는 땅을 거의 누르지도 않았다/

   그녀가 이처럼 가볍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

- 이 짧은 시의 '가볍다' '고통'이라는 어휘는 육아기 때 아팠던 아내의 가볍고 고통스러웠

  던 상황을 만나면서 시를 만들게 된 것.

- '가죽부대' 역시 우리말팔만대장경을 뒤적거리다가 만난 단어.

- 시 <별국>도 김삿갓의 기를 읽어서 쓴 것임; '나는 밥그릇에 비치는 청산을 좋아한다

   오'에서 얻은 착상.

- 에디슨; '독창성은 출처를 감추는 기술'

- 많은 시인들이 고전을 읽어 명작을 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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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나무

앞 냇둑에 살았던 늙은 미루나무는/ 착해빠진 나처럼재질이 너무 물러/

재목으로도 땔감으로로 쓸모 없는 나무라고/아무한테나 핀잔을 받았지//

가난한 부모를 둔 것이 서러워/ 엉엉 울던 사립문 밖 나처럼/

들판 가운데 혼자 서서 차가운 북풍에 울거나/

한여름 반짝이는 잎을 하염없이 뒤집던 나무//

논 매던 어른들이 지게와 농구를 기대어 놓고/ 낮잠 한 숨 시원하게 자면서도/

마음만 좋은 나를 닮아 아무 겟에도 못쓴다며/ 무시당하고 무시당했던 나무//

그래서 아무도 탐내지 않아 톱날이 비켜갔던/ 아주 아주 오래 살다가/

폭풍우 몰아치던 한 여름/ 바람과 맞서다 장쾌하게 몸을 꺾은 나무

 

- <미루나무>는 <논어>옹야 6 '경작용 얼룩소의 새끼 털 색깔이 붉고 뿔이 반듯하다면

   제물로 안쓰더라도 산천의 신이 그냥 내버려 두겠는가?'와 <장자> '목수의 눈에 쓸모

   없는 나무라야 오래 산다'를 읽어서 쓴 것임.

- 윤동주 <서시>는 <맹자.를 열심히 읽어서 쓴 것.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

   를'은 <맹자> 진심-상 '우러러 하늘에 부끄럽지 아니하며, 굽어서 사람에 부끄럽지 않

   다'에서 가져온 것. 윤동주는 <맹자>의 좋은 구절을 공책에 베꼈으며 그의 브끄러움의

   시학도 <맹자>에서 온 것.

- 김수영의 <풀>은 <논어> 인연 19에 나오는 초상지풍(草上地風) - 군자의 덕이란 바람

   과 같고백성의 덕이란 풀과 같은 것이다. 풀잎 위로 바람 불면 풀은 반드시 바람 주는

   대로 춤을 추며 휘어질 것이다.에서 발상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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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우리시회 해변학교 특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