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밤
소담했던 밤송이 다 떨어지고
빈 껍질도 보이지 않는 나무 아래
올망졸망,
여남은 살배기들이 대여섯 몰려있다
고개를 숙여 땅바닥을 훑어보며
떨어진 밤송이를 헤집어 열심히 살피고 있다
그러던 중
한 녀석이 알밤이라도 찾았는지
누가 채가기라도 할까 봐
얼른 주머니 깊숙이 밀어 넣는다
“어디, 몇 개나 찾았는지 한 번 보자!”
내밀어 보이는 작은 손 안에
도토리만한 산밤 몇 알
암갈색 유리구슬과도 같다
“아이고, 예뻐라! 꼭 느그들처럼 생겼다!”
나뭇가지 사이로 갈바람 스치자
우수수 밤나무 이파리들 쏟아져 내린다
2011.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