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4

알밤

花雲(화운) 2011. 10. 30. 07:40

알밤

 

 

소담했던 밤송이 다 떨어지고

빈 껍질도 보이지 않는 나무 아래

 

올망졸망,

여남은 살배기들이 대여섯 몰려있다

고개를 숙여 땅바닥을 훑어보며

떨어진 밤송이를 헤집어 열심히 살피고 있다

 

그러던 중

한 녀석이 알밤이라도 찾았는지

누가 채가기라도 할까 봐

얼른 주머니 깊숙이 밀어 넣는다

 

“어디, 몇 개나 찾았는지 한 번 보자!”

내밀어 보이는 작은 손 안에

도토리만한 산밤 몇 알

암갈색 유리구슬과도 같다

 

“아이고, 예뻐라! 꼭 느그들처럼 생겼다!”

나뭇가지 사이로 갈바람 스치자

우수수 밤나무 이파리들 쏟아져 내린다

 

 

2011.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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