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달빛 1/ 이병초

花雲(화운) 2009. 3. 10. 11:57


달빛1/ 이병초

 


눈앞에서 막차를 놓지고 걸어간다

빈 도시락이 달그락거린다

용산다리 매화동을 지나

갈따구들이

밤이슬 젖은 바짓가래이에 채인다

고무중 새총을 들고 누가 나를 겨눈다

깜짝 놀라 숨어서 보니 어린 소나무다

놀란 가슴을 털어내며 깔깔대는 달빛

털보 영감네 대밭에도 달빛이 번뜩인다

발길에 채이는 달빛이

이슬처럼 부서지며 튕겨나간다

 


<해설>

어느 고즈넉한 시골의 달밤 풍경을 멋지게 묘사한 시다. 아마 시인의 어린 시절 추억인

듯하다. 막차를 놓치고 걸어가는 밤길을 걷는 소년의 발걸음을 달빛이 지켜준다. 다정

하면서도 익살스럽고. 그러면서도 따뜻한 시다. 토속적인 정취가 짙게 배어있는 그 길이 

눈앞에 있는듯 생생하다.

허연 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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