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4

아래로 피는 꽃/<물도 자란다>

花雲(화운) 2011. 5. 23. 22:57

 

 

                                                     <쪽동백>

아래로 피는 꽃

 

 

꽃 피는 사월이 녹음 속에 묻히고

푸르름이 땅을 덮는 오월이 되면

아카시아, 때죽나무, 은방울꽃……

겸손하게 고개 숙인 꽃들이 핀다

 

하늘 향해 피어나는 꽃이야

저마다 해를 보며 꽃잎 펼치지만

향기로 마음을 사로잡는 꽃

작은 가슴으로 더없이 깊은 내음 전하려

그 고개를 아래로 기울인다

 

화사하게 보여줄 낯은 아니어도 

바람을 쓰다듬듯 

햇살을 어루만지듯

어두운 곳에 불 밝혀주려고

낮은 곳에 향기 보내주려고

조롱조롱 꽃등 흔들어 그윽하게 흐른다

 

얼굴을 들지 않고도 빛을 내는 꽃...

 

 

2011.05.23

시집 <물도 자란다>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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