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길
보이지 않는다고 길이 없는 게 아니다
보일 듯 말 듯 일렁이는 물결
거울같이 매끄러운 수면 위로
물살도 닮은 흐름끼리 몰려다니고
제 가야 할 길 거스르지 않는다
제 멋대로 이리저리 출렁거려도
바람이 가는 길 열어주고
통통배가 가는 길 내어주는 바다
한없이 푸르고 넉넉해서
그 속에 깃드는 것들
서로 부딪치지 않으며
한데 엉켜 들지 않도록
보이지 않게 어디든지 길을 낸다
2010.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