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3

파마하는 날

花雲(화운) 2011. 1. 14. 10:01

 파마하는 날

 

 

힘없이 늘어지는 머리칼이

보기에도 푸석하고 후줄근하여

참다못해 미용실엘 갔다

 

까칠하게 상처 입은 자존심 잘라내고

매캐한 냄새 뿜어내는 고집을 발라

줄을 맞춰 꽁꽁 말아놓은 뼈다귀 허영심

 

뜨겁게 불어주는 입김 속에

변신할 때까지 잠시 붙잡아두었다가

다시 중화제를 발라주고 기다리면

촉촉한 맵시에 생기가 돋아난다

 

독소에 젖어 흐느적거리는 머리 결을

깨끗이 닦아주고 보송보송 말려주니

그제야 구불구불 춤을 추는 검은 깃발들의 군무

 

머리 모양 하나 바꿨다고

속사람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건만

약간의 변화에도 기분까지 출렁거리는 걸 보면

머리 꼭대기에서 휘날리는 수만 가닥의 물결이

두피를 보호하는 기능 외에

또 다른 신통한 이유라도 있는 모양이다

 

 

2011.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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