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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비가 내리기를

늦은 비가 내리기를 이러다간 말라죽을 것만 같아서 드러내지도 못하고 속을 끓였지 아무리 용을 써 봐도 서 있을 힘도 없어 주저앉고 싶을 때 땅속 깊이 손을 뻗던 어린뿌리도 더 이상 찾아갈 길을 잃었는데 이대로는 포기할 수 없어!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어! 탈 듯이 토해내는 한숨이 닿았을까? 마지막 몸부림이 꺼져갈 때 기척도 없이 적셔주는 늦은 비 옳지, 이젠 살았다! 다시 일어설 수 있겠다! 눈물로도 포기하지 못했던 숭고한 이들의 신념을 쫓아 작은 빗방울 속에 깃들어 있는 숨결이 죽지 못하는 목숨을 일으키고 있네 2022.07.21.

우리 가는 길

우리 가는 길 우리 가는 길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어요 진 땅, 마른 땅 오르막길, 내리막길 예기치 못하게 마주치지만 함께 라는 이름으로 기대어 힘을 내고 있어요 괴로워 울기도 하지만 용기를 잃지 않는 것은 희망을 바라보기 때문이지요 우리 가는 길이 언제까지인지 알 수 없지만 받고 싶은 마음 보다 더 주고 싶은 마음 그런 믿음으로 가고 있어요 묵묵히 다 보면 왜 그래야 하는지 알게 되겠지요 2022.07.16. * 화운의 시집 제4집 표제시로 설정

두 뼘씩만 자라자

두 뼘씩만 자라자 시골집 마당에 같이 살 나무 심었더니 그들도 우리 같은 삶을 살더라 어릴 때는 손가락만큼씩 자라나더니 청소년 때부터는 거침없이 쑥쑥 뻗어가더라 장년이 되고부터는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게 꾸준히 지경(地境)을 넓혀가는 모습 곁가지 많이 달고 뿌리도 깊이 내려 세월의 흔적 차곡차곡 쌓아놓더라 서두르지도 않고 게으르지도 않게 꿈꾸는 소망 가꾸며 딱, 두 뼘만큼씩 자라나더라 2022.05.28. 2022.08. 우리시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