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세상
연둣빛 반짝이는 봄이다가
청록빛으로 우거지는 여름
황금빛 물드는 가을 지나면
함박눈 쏟아지는 겨울이 온다
시간이 흐르면
계절도 익숙해지고
색깔도 단순해지나 보다
어릴 때는 한없이 여리다가
하늘을 찌를 듯 무성해지고
나이 들어 볼품없어지는 한살이
모든 걸 내려놓을 때가 되면
보란 듯이 드러낼 것도 없고
알아 달라 자랑할 것도 없이
스스로 낮춰야 할 때가 오거늘
다 없어지고 나면
눈부시게 남는 게 하얀 색이란 걸
여태 모르고 있었다
2021.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