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8

화분 속의 꿈

花雲(화운) 2020. 3. 22. 11:30

화분 속의 꿈

 

  

평생 떠나지 못했다

잘못 나갔다간

말라 죽을 수도

얼어 죽을 수도

굶어 죽을 수도 있겠기에

주면 주는 대로

목숨만 부지하고 살았다

 

그러다 꽃이라도 피우면

기뻐하는 주인의 즐거움에 취해서

죽을 힘을 다해 꽃송이를 잡고 있었다

 

기운 떨어져 꽃잎 다 떨구고 나면

이번 생은 이걸로 끝인가

아무리 물을 마셔도 다시 살아갈

용기가 쉽사리 솟아나지 않는다

 

죽기 전에 다른 땅을 밟고 싶어도

스스로는 나갈 수 없는 몸

 

너른 대지의 흙 냄새

자유로운 바람 냄새

강으로 흘러가는 물 냄새를 그리며

꿈속에서라도 마음껏

냄새 맡고 하늘을 날며

타는 갈증을 마셔 본다

 

 

2020.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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