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8

아픈 이빨

花雲(화운) 2020. 3. 14. 19:46

아픈 이빨

 

 

요즘 들어

찬물 마시기가 시리다

 

밥에 든 돌을 씹어도 끄떡없고

잠을 자면서도 거침없이 갈았는데

수십 년 쓰다 보니

어금니가 맨들맨들 닳아버렸다

 

일이 자꾸 꼬여 악물고

무시당할 수 없어 북북 갈면서

눈에 거슬린다고 씹어대고

억울함에 잠못 들어 곱씹다가

 

이제 더 씹어 무엇 하나

어금니 닳아지듯

옹색하게 뭉쳐버린 속내도

따라서 짓눌려 갈리는가 보다

 

딱딱하고

차갑고

뜨거운 것은 피해야 하고

부드럽고

따듯하고

말랑한 것만 먹어야 한다니

아직도 풀지 못한 상심 남아있다면

이참에 버려야 할 것 같다

 

 

2020.03.06

 

'花雲의 詩 > 화운의 詩 8'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분 속의 꿈  (0) 2020.03.22
신의 뜻대로  (0) 2020.03.21
고라니의 보시  (0) 2020.03.11
돌아가야 해요  (0) 2020.02.23
유기견의 봄  (0) 2020.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