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7

그냥 두어라!/<상사화>

花雲(화운) 2019. 5. 28. 15:27

그냥 두어라!

 

 

마당 한 구석

언제 어디서 날아왔는지

바위틈을 비집고 

얼굴이 작은 국화가 꽃을 피웠다

하얀 꽃이 음전하기도 하여

그대로 두었더니

가을 내내 가녀린 미소를 보내주었다

겨울이 지나고 새 봄이 오자

잊지 않고 싹을 틔운 국화

무성하게 뻗는 잔가지 때문에

뽑아버릴까 하다가

그만 두어라!

무슨 사연인지 해마다

하얀 꽃다발을 안고 찾아오는 걸

그 처량하고 슬픈 얼굴을

들고 나며 한 번 더 보아주자꾸나!

 

 

2019.05.27.

* 시집 <상사화>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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