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7

집 떠나면

花雲(화운) 2019. 3. 17. 12:09

집 떠나면

 

 

집에서 돌보던 개가 없어졌다

지난겨울 마을을 배회하던

유기견을 데려왔는데

함께 산지도 일 년이 넘었기에

낮 시간에 잠간씩 풀어 주었다

신이 나서 돌아다니다가도

한 번씩 다가와서 애교를 떨고

산책 나갈 때면 목줄도 으레 할 줄 안다

그러다 앞뜰에 나무 심던 날

주변에서 놀고 있었는데

산책 시간이 지나도 보이질 않는다

아무리 불러도 나타나지 않아

개울 가 가시덤불을 뒤지는 사이

어둑하던 날이 캄캄해져버렸다

어쩔 도리가 없어 기다리다가

자정이 가까워 혹시나 해서 나가보니

언제 왔는지 현관 앞에 있는 게 아닌가

저도 모르는 곳으로 갔다가

길을 잃고 꽤나 헤맨 듯하다

콧잔등도 긁히고 허기진 것 같아

먹이를 주니 허겁지겁 먹어치운다

그러게 집 떠나면 개고생인 걸

사고 없이 돌아와 천만다행이다

 

 

2019.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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