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나면
집에서 돌보던 개가 없어졌다
지난겨울 마을을 배회하던
유기견을 데려왔는데
함께 산지도 일 년이 넘었기에
낮 시간에 잠간씩 풀어 주었다
신이 나서 돌아다니다가도
한 번씩 다가와서 애교를 떨고
산책 나갈 때면 목줄도 으레 할 줄 안다
그러다 앞뜰에 나무 심던 날
주변에서 놀고 있었는데
산책 시간이 지나도 보이질 않는다
아무리 불러도 나타나지 않아
개울 가 가시덤불을 뒤지는 사이
어둑하던 날이 캄캄해져버렸다
어쩔 도리가 없어 기다리다가
자정이 가까워 혹시나 해서 나가보니
언제 왔는지 현관 앞에 있는 게 아닌가
저도 모르는 곳으로 갔다가
길을 잃고 꽤나 헤맨 듯하다
콧잔등도 긁히고 허기진 것 같아
먹이를 주니 허겁지겁 먹어치운다
그러게 집 떠나면 개고생인 걸
사고 없이 돌아와 천만다행이다
2019.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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