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의 길
한없이 낮은 몸이 되어
무릎 꿇고 두 손을 뻗어
맨 바닥에 엎드려 비는 오체투지
이 땅에서의 생은 영원하지도 않아
절 한 번에 참회의 염원 담아
머리를 조아려 기도하는 순례자
얼마나 많은 수행이면
성지에 닿을 수 있을까
순례 길에 죽으면
영광의 문으로 들어가고
슬픔도 고통도 다 내려놓는
숭고한 여정이어라
모든 목숨이 태어나서
꼭 한 번밖에 갈 수 없는 길
하루하루 한없이 낮은 몸이 되어
희생하고 섬기며 산다면
가야 하는 그 길이 그리 험난한
고행 길만은 아니지 않겠는가
2009.05.30
(시 1에서 옮겨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