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파 한 곡조에 등잔 불빛만 침침하네- 이안눌
今朝臥病阻淸尊 (금조와 병조청존) 오늘 아침 병석에 누워 술동이 멀리했다가
强起來尋夜欲分 (강기래심야욕분) 애써 일어나 찾아오니 밤이 깊어갈 무렵
惆悵醉翁眠正熟 (추창취옹면정숙) 서글퍼라! 위옹이 한창 깊이 잠들었으니
琵琶一曲小燈昏 (비피일곡소등혼) 비파 한 곡조에 등잔 불빛만 침침하네.
작품해설
이안눌은 권필의 생일잔치에 초대를 받았으나 밤이 깊어서야 축하하러 갔다. 이안눌은
마침 병석에서 막 일어난 처지라 술도 멀리하고 있었다. 애써 몸을 추슬러 권필의 집에
당도하고 보니 한밤의 풍류는 절정을 지났고 권필은 이미 술에 취해 잠들어 있었다.
함께 술자리를 하던 이들도 모두 돌아가고 비피를 타는 악공만이 취한 권필의 곁을
지키고 있기에, 가만히 한 곡조 비파 연주를 듣고서 편지와 시를 써 두고 떠났다.
다음날 깨어난 권필이 이안눌의 편지와 시를 발견하였다. 그리고 답장으로 이안눌의
시에 차운하여 시 한 수를 써 보냈다.
자민의 절구에 화답하다-권필
和子敏絶句(화자민절구) 『석주집』권7
朱鉉淸唱對金尊 (주현청창대금존) 주현의 맑은 선창이 금준을 상대하니
一夜風流抵十分 (일야풍류저십분) 한밤의 풍류가 절정에 이르렀네.
却恨詩翁乘興到 (각한시옹승흥도) 아쉬워라, 시옹이 흥을 타고 왔건만
主人沈醉已昏昏 (주인침취이혼혼) 주인은 술 취헤 벌써 정신이 혼몽하였으니.
생일상 주흥에 취해 깊이 잠든 자신을 벗이 취옹이라 한데 대해, 잠든 벗을 곁에 두고
비파 연구 한 곡조에 시흥까지 즐긴 벗을 시옹이라 하며 대구를 맞췄다. 취옹의 술기운과
시옹의 시적 여운이 절로 멋진 화음을 이루어, 두 시를 읽는 이로 하여금 우정의 맛에
흠뻑 취하게 한다.
한시 러브레터. 강혜선
(주)도서출판 북멘토.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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