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의 뜻 풀 끝마다 분명하구나 - 감산 덕청
<曹溪四詩詠>
祖意明明百草頭 (조의명명백초두) 조사의 뜻 풀 끝마다 분명하구나
春林花發鳥聲幽 (춘림화발조성유) 봄 숲에 꽃 피니 새소리 그윽해라
朝來雨過山如洗 (조래우과산여세) 아침 빗발 스쳐간 산 세수를 했나
紅白枝枝露未收 (홍백지지로미수) 붉고 흰 꽃가지 마다 이슬 맺혔네.
憨山 德淸 (1546~1623)
- 明
작픔해설
- 육조 혜능(六祖 慧能)이 계시던 조계(曹溪, 廣東省 曲江縣 雙峯山下)의 사계절을 읊은
시에서 봄의 경치를 노래한 것이다.
- '조사의 뜻'이란 '佛法의 핵심을 단적으로 가리키는 말'이라 하였다. 봄날 산골짝 한
모퉁이에 감산이 서 있다. 그는 사방에 아무렇게나 새로 돋아난 풀섶에 서서 흔해빠진
풀잎을 가리키며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보게. 이 보잘 것 없는 풀 끝 하나하나에도
불법의 진리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어서 와 보게나"라고 외치며 손짓하는
듯하다. 이른 봄 새로 싹터 나오는 풀잎에서 생명의 신비를, 우주의 원리를, 불법의
진리를 발견한 것이다.
- 의상(義湘)은 「華嚴一乘法界圖」에서 "미미한 티끌 한낱 속에 온 우주를 머금고 있다"
고 하였으니, 진리는 무슨 큰 사건이나 큰 사물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티끌 하나
속에도 모두 들어 있다는 것이다.
- 봄날의 숲 속으로 조금 더 걸어 들어가 보자. 사방에 꽃이 피고 새가 지저귄다. 풀잎에서
만 아니라 피어나는 꽃에서, 지저귀는 새에서. 솔가지를 스티는 바람에서, 어디에서나
생명을 느끼고 생명의 신비와 함께 조사의 뜻 곧 진리가 생생하고 활발하게 드러나고
있는 현장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 아침에 봄비가 잠시 내리고 날이 개이니, 산들은 막 세수를 하고 나선 듯 해맑다. 이
아름다운 봄날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아름답기만 하다. 이 모든 장면에서 생명이
싱그럽게 약동하기 때문이요, 그래서 내 가슴속에서 생명의 신비가 설레임으로 뛰고
있기 때문이요, 진리의 빛이 눈부신 햇살처럼 밝게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 문제는 자연 속에서 아름다운 경관을 보는 모든 순간에, 바로 거기에서 진리가 드러
남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을떠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의 경치뿐만 아니라 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삶의 모든 장면에서 아름다움과 감동의 순간이 바로 진리가 드러나는 순간일
것이다.
- 아름다움만 진리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喜.怒.哀.樂의 온갖 감정이 일어나는 모든
순간에 어디에나 진리는 드러나고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잘 드러나는 대목
이 이 봄날 생명이 터져나오는 아름다움의 신비로운 장면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詩境 : 漢詩와 道」, 금장태, 禪詩의 세계
박문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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