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에 제사 지내는 노래 - 이달
祭塚謠
白犬前行黃犬隨 (백견전행황견수) 흰둥개가 앞서 가고 누렁이가 따라가는
野田草際塚루루 (야전초제총루루) 들밭 풀 가에는 무덤들이 늘어섰네.
老翁際罷田間道 (노옹제파전간도) 제사 마친 할아버지는 밭두둑 길에서
日暮醉歸扶小兒 (일모취귀부소아) 저물녘에 손주의 부축 받고 취해서 돌아온다.
* 누루(얽힐 루): 여기저기 많은 모양
李達 (1539~1612)
- 조선 중기의 시인. 호는 손곡(蓀谷). 혼주 사람 이수함의 서얼이다.
- 당시풍을 배워 백광훈. 최경창 등과 더불어 삼당시인으로 불렸다.
- 그림같이 아름다운 작품들을 많이 남겼으며 문집으로 《손곡집》이 있다.
작품해설
- 첫 번째 구절에는 흰 강아지와 누렁 강아지 두 마리가 나온다. 흰 강아지가 앞장서서
뛰어가고 누렁 강아지가 뒤질세라 멍멍 짖으며 그 뒤를 따라간다. 밭들이 옹기종기
펼쳐진 풀밭가에는 무덤들이 굉장히 많다. 거기에 어떤 할아버지가 손자와 함께 개를
앞세우고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 세 번쩨 구절에는 '제사를 마쳤다'는 표현이 나온다. 할아버지는 그 풀밭 가에 있는
어느 한 무덤에 제사를 지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던 모양이다. 시간은 땅거미가
밀려드는 저물녘이다. 할아버지는 취하셨고 자꾸 비틀거리시니까 옆에 있던 손자가
걱정이 되는지 할아버지를 부축하고 있다.
- 할아버지가 손자와 강아지 두 마리를 데리고 성묘를 갔다가 저녁 무렵이 되어 돌아
온다는 이 시에서 시인이 말하려고 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 우선 왜 아버지는 없고 할아버지와 손자만 성묘를 갔을까? 왜 산 위도 아니고 밭두둑
가에 있는 풀밭에 무덤이 많다고 했을까? 또 할아버지는 왜 술에 취했을까? 저물녘
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왜 할아버지는 하루 종일 그렇게 술을 마시면서 무덤 옆을
떠나지 못했던 것일까?
- 두 사람이 제사를 지낸 주인공은 바로 시 속에 나오는 할아버지의 아들이고, 손자의
아버지였다. 그런데 밭두둑 옆 풀밭에는 왜 그렇게 무덤이 많았던 걸까? 아마도 전쟁
이나 전염병 같은 것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던 모양이다. 너무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죽어서 죽은 사람들을 양지바른 산 위에다 붇을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소년의 아버지도 전쟁 같은 젙재지면을 만나 돌아가신 것이 틀림없다.
- 할아버지는 손자를 데리고 아들의 산소에 성묘하려 와서아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
차마 그대로 돌아오지 옴ㅅ하고 하루 종일 무덤 옆에 앉아서 속이 상해 술을 마셨다.
- 시인이 이 시 속에서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얼까? 임진왜란이라는 참혹한
전쟁이 가져다준 뜻하지 않은 죽음과 그 죽음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긴 깊은 상처였다.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 정민.
(주)보림출판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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