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서로 만날 때 향기를 얻고 - 경봉 정석
物物逢時各得香 (물물봉시각득향) 서로 서로 만날 때 향기를 얻고
和風到處盡春陽 (화풍도처진춘양) 온화한 바람 속 봄볕도 따사롭구나.
人生苦樂從心起 (인생고략종심기) 인생 고락이야 마음에서 일어나니
活眼照來萬事康 (활안조래만사강) 활안으로 비쳐보면 만사가 평안하리.
鏡峰 靖錫 91892~1982)
- 한국
작품해설
- "일체의 모든 현상은 마음이 지어낸 것"(一切唯心造)이라 했으니, 마음이 지어낸 것은
실상이 아니라 허구일 뿐이라는 말도 되지만, 마음 먹기 따라서는 세상이 고통 속에서
아우성치는 지옥으로도 보이고, 환락 속에 희희낙락하는 천당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이다.
- 여기서 발상을 ㅈ전환하는 희망의 실마리는 마음이 스스로 찾아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봄날이라는 호시절의 자극과 도움을 받아서 찾아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역시 인간은 이
세상을 부정하고만 살 수눈 없는 존재인가 보다.
- 첫째 구절에서 "서로서로 만날 때 향기를 얻는다"는 말은 세상 풍파를 다 겪고 나서
달관한 정신이 따뜻하게 차일러 주는 덕담으로 들린다.
- 셋째 구절과 넷째 구절은 분명히 만남에서 향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가르침
이라 할 수 있다. 만남에서 향기를 얻을 수 있는 조건과 이유를먼저 말하고 그 방법과
효과를 제시해주니 갖춰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 먼저 인생에서 괴로워하거나 즐거워하는 원인이 모두 '마음'에서 발생한다는 조건을 확
인하고 있다. 그러니 만남에서 괴로움을 얻게 되는 것도 '마음' 때문이요, 향기를 얻게
되는 것도 '마음'에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 이렇게 병의 원인도 건강의 조건도 바로 '마음'에 있음을 진단하였으니, 만남에서 향기를
얻는 방법을 제시해준다. '活眼'을 떠야 한다고 강조한다. 활발하게 살아 움직이는 안목
곧 세상을 스스로 굴려가고 바꿔가면서 비쳐볼 수 있는 안목을 떠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것이 대답의 핵심이다.
- 그러면 어떻게 '활안'을 떠야 한다는 말인지가 안 들어온다. 여기에 분명 비약이 있다.
혹시 내게로 와서 '마음'을 닦으라고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詩境 : 漢詩와 道」, 금장태, 禪詩의 세계
박문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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