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漢詩 1

눈에는 급히 흐르는 강물 소리 들리고 - 경허 성우

花雲(화운) 2018. 3. 7. 20:20


눈에는 급히 흐르는 강물 소리 들리고 - 경허 성우

<偶吟29>



眼裡江聲急 (안리강성금)   눈에는 급히 흐르는 강물 소리 들리고

耳畔電光閃 (이반전광섬)   귓가엔 번쩍이는 번개불빛 보이네.

古今無限事 (고금무한사)   고금에 일어났던 무한한 일들

石人心自點 (석인심자점)   석인도 마음에 스스로 끄덕이네.


鏡虛 惺牛 (1849~1912)

- 조선


작품해설

- 인간은 세상을 관찰하고 설명해왔다. 이렇게 형성된 설명체계는 한가지록 굳어지면서

   고정관념이 된다. 이 고정관념을 깨뜨리지 않으면 새로운 발상 새로운 세계를 열 수가

   없다. 경허는 먼저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다는 가장 감각적이고 일차적인 고정관념을

   깨고자 하였다.

- 인간의 다섯 가지 감각은 제각기 독립된 것 같지만 하나로 의식 속에서 통합된다. 말하

   자면 각각의 전문기능이 있지만 협동작전을 벌이고 그 전과를 공유하는 것이다.

- 인간은 과연 눈으로 들을 수 있다는 말인가? 강이 흐르다 여울져 금하게 흐르는 광경을

   보면 귀를 막고 있어도 소리가 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마친가지로 눈을 감고 있어도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면 번개가 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눈이 들을

   수 있고 귀가 볼 수 있다는 말은 더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눈과 귀의 배경에 있는 우리의

   의식 곧 마음의 작용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 눈과 귀로 말하더라도 눈을 뜨고 있다고 다 보이는 것도 아니고 귀를 열고 있다고 다

   들리는 것도 아니다. 는으로 듣고 귀로 본다는 것은 고정관념의 틀을 깨지 않으면 제대

   로 보고 들을 수 없다는 가르침이니, 이렇게 눈과 귀의 고정관념을 깨고서 찾아야 하는

   바탕이 있을 것이다.

- 경허가 결국에 말하고자 하는 것은 눈과 귀로 듣거나 보는데 사로잡히지 말고, 마음으로

   듣고 보라는 것이다. 마음의 눈을 뜨고 마음의 귀를 열면 보는 것이나 듣는 것 어느 한쪽

   에 사로잡히는 일이 없을 뿐만 아니라, 눈과 귀로 보고 듣는 것과는 다른 수준 다른 차원

   의 세계를 보고 들을 수 있다는 말이다.

- 셋째구절과 넷째 구절은 바로 마음이 열린 세계의 광경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천지가 열리고 인간이 살아온 이후 고금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지난 일들이나 현재 일어나는 일들을 바라보면서 어찌 무심하게 보고 들을 수

   있겠는가?

   이제는 어떤 고정관념도 깨뜨리고 마음을 통쾌하게 한 번 열어보라고 제안한다.



「詩境 : 漢詩와 道」, 금장태, 禪詩의 세계

 박문사,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