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漢詩 1

대 그림자 섬돌 쓸어도 먼지 일지 않고 - 야보 도천

花雲(화운) 2018. 3. 3. 16:25


대 그림자 섬돌 쓸어도 먼지 일지 않고 - 야보(?) 도천



借婆衫子拜婆門 (차파삼자배파문)   노파 적삼 빌어 노파 문전에 절하니

禮數周旋已十分 (예수주선이십분)   예절 차리기야 이만하면 충분하네.

竹影掃階塵不動 (죽영소계진부동)   대 그림자 섬돌 쓸어도 먼지 일지 않고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달빛은 소수바닥 뚫어도 물에 흔적 없네.


冶父 道川 (?)

- 唐


작품해설

- 야보가 말하고자 하는 '선'이 추구하는 정신은 첫째, 둘째 구절에서 절실하게 제시

   하였다.

   셋째, 넷째 구절은 '선'에서 이루어진 성과를서술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선'이 바르게

   추구된다면 그 성화는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것이다.

- 셋째, 넷째 구절은 달밤의 달빛을 주제로 한다. '달'은 마음을 비유하거나 상징하는

   경우가 많은데, '달빛'은 이 마음의 깨달음을 비유한 것이라 할 수 있다.

- 달빛이 대숲을 비추니, 뜨락에 드리워진 대나무 그림자가 가벼운 바람결에 일렁거리는

   광경을 마치 빗자루로 섬돌과 뜰을 쓸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그림자가 아무리

   섬돌 위로 쓸고 다녀도 먼지가 일어날 이치가 없듯이 달빛이 호수 바닥까지 환하게

   비추고 있어도 물에는 아무런 상처나 흔적이 없다. 빛의 세계는 물질의 세계를 바꾸고

   고치는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비쳐주는 것임을 보여준다.

- 바로 '선'의 세계는 세상을 바꾸어 보겠다는 의지를지니고 실행하는 사유가 아님을

   말한다. '선'의 세계는 자신의 마음을 깨우쳐서 밝은 빛을 내게 하고,이 빛으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비추는 것일 뿐이다.

- 禪師이거나 祖師이거나 부처이거나 깨우친 자는 세상을 자신의 판단에 따라 바꾸려

   드는 개햑가가 아니고 자신이 하나의 빛으로 세상을 밝게 비추는 것이 바로 소중한

   역할인 것이다 세상이란 인간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스스로를 바꾸어 갈 수 있게 해

   주는빛이 되는 것으로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할 수 있는 것이다.



「詩境 : 漢詩와 道」, 금장태, 禪詩의 세계

 박문사,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