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漢詩 1

치마와 저고리를 거꾸로 입으랴 - 청음 김상헌

花雲(화운) 2018. 2. 28. 18:21


치마와 저고리를 거꾸로 입으랴 - 청음 김상헌

<次講經權有感韻>



成敗關天運 (성패관천운)  성공과 실피는 천운에 달려 있으니 

須看義與歸 (수간의여귀)   모름지기 의리를 살펴 돌아가야지.

雖然反夙暮 (수연반숙모)   아침과 저녁을 바꿀 수 있을 망정

詎可倒裳衣 (거가도상의)   치마와 저고리를 거꾸로 입으랴.

權或賢猶誤 (권혹현유오)   권도는 현인도 그르칠 수 있으나

經應衆莫違 (경응중막위)   경상은 응당 누구도 어길 수 없네.

奇言明理士 (기언명리사)   이치에 밝은 선비에게 말하노니

造次愼衡機 (조차신형기)   급한 때도 저울질은 삼가야 하네.


淸陰 金尙憲 (1570~1652)

- 조선


작품해설

- 이 시는 최명길의 시 「用前韻 講經權」을 받고 김상헌이 화담한 시 이다. 심양의

   옥중에서 두 사람이 주고받은 이 두 편의 시는 '상도'와 '권도'의 문제 곧 '경'과

   '권'의 문제라는 위리론의 핵심적 쟁점에 대한 토론으로서 한국사상사에 매우

   의미 깊은 사건으로 주목되어야 할 사실이다.

- 첫째, 둘째 구절에서 김상헌은 '상도'의 입장을 밝혀, 성공과 실패는 개의하지

   않고 오직 의리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것을 강조하였다. 그는 인간이 행동하는

   기준은 오릭 의리일 뿐이요, 의롭지 못하면 성공도 무의미한 것으로 보며,

   의롭다면 실패도 떳떳하다는 것이다.

- 셋째, 넷째 구절은 오직 의리가 지켜야 할 절대적 기준임을 비유를 들어 확인하고

   있다. 아침과 저녁이 뒤바뀔 수 이싸다는 것은 천지가 뒤집히는 경우를 말하니,

   천지가 뒤집히더라도 결코 바뀔 수 없는 원리란 치마를 위에 입고 저고리를 아래에

   입을 수 없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 말하자면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지켜야 할 원칙이 있고, 또 신념으로 지키는 원칙을

   바꿀 수 없다는 말이다. 이러한 원리는 상황에 따라 적응하고 변통하는 태도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 철저한 원칙주의자의 입장을 선언하고 있다.

- 다섯째, 여섯째 구절은 '권도'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상도'의 차당성을 제시하고

    있다. 곧 '권도'는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 부정하는 입장이 아니라, '권도'를

   행하다가는 현명한 사람도 과오에 빠지기가 쉬운데, 보통 사람이야 거의 다가

   잘못 적용하기 마련이라는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 마지막 일곱째, 여덟째 구절에서는 결론적으로 '권도'를 내세우는 상황론자인

   최명길에세 충고를 하고 있다. 아무리 다급한 상황이라도 '저울질 하기' 곧

   상황에 따라 판단하기를 삼가라는 말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변할 수 없는 원칙

   으로 '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 '권도'와 '상도' 곧 상황론과 원칙론은 상반된 입장이지만 서로를 포용하는

   시야를 열어두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경여(白江 李敬與)가

   두 사람에게 지어 보냈던 시에서

" 두 어른 경상과 권변은 각각 나라 위함이니

  하늘을 떠받드는 큰 절개와 시대를 구제한 공적이라네"

  라고 읊었던 것은 바로 김상헌의 절개와 최명길의 공적 양쪽 모두를 인정하며

   높이는 입장을 보여준다.

- '권도'와 '상도', 상황론과 원칙론의 문제는 개인의 삶에서만이 아니라 시대

   변화에 대처하는 두 가지 기본 입장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진정으로 '권도'를

   추구하는 사람들과 '상도'를 내세우는 사람들이라면, 그 사이에 중용 조화를

   이루거나 절충점을 찾을 수는 없을까? 진리는 바로 상반된 두 입장 사이에

   '반대의 일치'라는 실현되기 어려운 경계선 위에서 드러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詩境 : 漢詩와 道」, 금장태, 한국 한시의 세계

 박문사,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