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漢詩 1

동산의 작은 매화 _ 임포

花雲(화운) 2018. 1. 18. 17:07


동산의 작은 매_ 임포

 山園小梅 (산원소매)『林和靖集임화정집』권 2



衆芳搖落獨暄姸 (중방요락독훤연)   뭇 꽃들 졌어도 홀로 곱게 피어선

占盡風情向小園 (점진풍정향소원)   작은 동산에서 아름다운 정위를 독차지했네.

疏影橫斜水淸淺 (소영횡사수청천)   성긴 그림자는 맑고 얕은 물에 가로 비껴 있고

暗香浮動月黃昏(암향부동월황혼)   그윽한 향기는 황혼의 달빛 속에 일렁인다.

霜禽欲下先偸眼 (상금욕하선투안)   흰 새가 내려앉으려 할 때 먼저 엿보고

粉蝶如知合斷魂 (분접여지합단혼)   흰 나비도 안다면 넋을 잃으리라.

幸有微吟可相狎 (행유미음가상압)   다행히 나직한 읊조림 있어 서로 친할 만하니

不須檀板共金尊 (불수단판공금존)   풍악 울리며 술 마시는 일 필요치 않아.


林逋 (967~1028)

- 송나라 시인. 매처학자(梅妻鶴子)하고 불리는 사람이다. 매화를 아내로 삼고, 학을

  자식으로 삼고 산다는 뜻이다.

- 화정(和靖)은 송나라 仁宗이 내려준 시호다.

- 임포는 西湖라는 곳에서 20년 동안 은거하면서 매화를 심어 높고 학을 키우며 살았다고

   한다.

- 임포의 이 시는 역대 작가들의 매화 시 중에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작품해설

- '뭇 꽃들 졌어도 홀로 곱게 피어선, 작은 동산에서 아름다운 정위를 독차지 했다.' :

   추위를 뚫고 피어난 매화가 다른 꽃들이 아직 피지 않은 가운데 단연 눈에 띈다는

   뜻이다. 동산에 매화만 피어있는 풍경을 그려 놓았다.

- '성긴 그림자는 맑고 얕은 물에 비스듬히 비치고, 그윽한 향기는 황혼의 달빛 속에

   일렁인다.' : 달빛을 받은 매화가 잔잔한 물에 비치는데 날이 어두워지자 매화 향기는

   더욱 두드러진다. 앞의구절은 매화의 고고한 자태를 그린 것이고, 뒤의 구절은 매화의

   속성을 표현한 것이다. 후대

   시인들은 특히 이 두 구를 매우 높이 평가했다.

- '소영', '횡사', '청천', '암향', '부동', '황혼'은 푸대의 매화 시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

   하는 시어가 되었다.

- '흰 새가 내려앉으려 할 때 먼저 엿보고, 흰나비도 안다면 넋을 잃으리라.' : 매화의

   모습과 향기는 사람에게만 감동을 주눈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무심한 새와 나비는

   다른 화초 같으면 거리낌 없이 가서 앉겠지만, 매화한테는 그럴 수 없을 거라는 말이다.

- 임포가 얼마큼 매화를 아끼는지 짐작할 만하다. 이렇게 살고 있으니 임포에게는 속세

   에 '풍악 울리며 술 마시는 일 필요치 않은' 것이다.



「한시에 마음을 베이다 」  김재욱 지음. 物·三

  왕의 서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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