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漢詩 1

들꽃 - 이색

花雲(화운) 2018. 1. 17. 17:06


들꽃 - 이색

野花 『牧隱藁목은고』,『牧隱詩藁목은시고』권 23



野花隨處不知名 (야화수처부지명)   어딜 가나 핀 들꽃, 이름은 모르지만

堯叟樵童眼界明 (요수초동안계명)   초동과 목수의 시야 환히 빛나지.

豈必上林爲富貴 (기필상림위부귀)   꼭 상림원 꽃들만 부귀하겠나?

天公用意自均平 (천공용의자균평)   하늘의 마음 씀씀이 공평하구나.


李穡 (1328~1396)

- 牧隱 이색은 고려후기를대표하는 대문호이면서 대학자이기도 하다. 고려돠 조선의

   교체기에 살면서 이성계, 정도전을 비롯한 신흥세력의 반대편에 서서 고려를 부지하려

   했다. 그러나

   고려는 망했고, 미색은 亡國大夫로 자처하며 불우하게 살다 죽었다.

- 이색은 조선의 國敎가 되는 性理學에 정통한 학자로서 조선 건국을 주도한 사대부들의

   스승 이자 대선배였다.

- 많은 성리학자가 불교를 배척했지만,이색은 불교를 버리지 않고 자신의 신앙으로

   삼았으며, 불교의 넓고 깊은 지식을 지니고 있었다.

- 성품 역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온화하고 공평해서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았으나

   훗날 조선의 退溪 李滉은 '목은의 학문엔 불교의 색이 있어서 순수하지 못하다'는 평을

   하기도 했다.


작품해설

- 이 작품 하나로 이색이 남긴 6,000여 수의 시의 특징을 모두 설명할 수 없으나 이색의

  성품과 사물을 보는 관점을 엿볼 수는 있다.

- 이색은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사물,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물에고 그만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 '어딜 가나 핀 들꽃, 이름은 모르지만, 초동과 목수의 시야 환히 빛나지' : 흔해빠진 들꽃

   이지만, 나무하는 어린아이, 땔나무 하러 온 늙은이(堯叟, 요수)한테는 시야를 밝게

   해주는 사물이야. 이색은 들꽃의 존재 이유를 여기에서 찾은 것이다.

- 상림원은 옛 궁궐에 딸린 정원의 이름인데 왕이 소유한 정원을 뜻한다. 당연히 이곳엔

   흔히 볼 수 없는 기화요초(琪花瑤草)가 가득하겠다. 모든 이들이 왕의 정원을 부러워하

   므로 '꼭 上林苑 꽃들만 부귀하겠나?'라고 묻는다.

- 부귀는 사람이만들어 높은많은가치 중하나일 뿐이다. 게다가 생각하기에 따라선 그것에

   대한 가치기준도 달라진다. 들꽃이라고 해서 빈천해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는가.

- '하늘의 마음 씀씀이 공평하다' : '체제에 순응하고 그에 맞춰 살라고 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다. 현실에선 엄연히 부귀와 빈천에 따른 차별이 존재하는데 눈을 감고

   체념하라는 것인가.


세상에 의미 없는 것은 하나도없다

"天不生無祿之人 (천불생무록지인)   하늘은 봉급이 없는 사람을 내지 않고 

 地不長無名之草 (지부장무명지초)   땅은 이름 없는 풀을 기르지 않는다."

                                                『明心寶鑑』



「한시에 마음을 베이다 」  김재욱 지음. 物·二

  왕의 서재.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