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을 맞으러 갔으나 - 조면호
邀蕙園値出未遇 (요혜원치출미우) 『玉垂集(옥수집)』권 5
今者云云擧非士 (금자운운거비사) 요즘의 많은 무리, 사대부가 아니니
何有於此妄且癡 (하유어차망차치) 이들한테 뭐가 있겠나, 망령되고 어리석을 뿐.
自家一身自不濟 (자가일신자부제) 제 집안 제 한 몸 건사하지도 못하니
塡乎溝壑尙云遲 (전호구학상운지) 죽어서 구렁텅이를 메워도 오히려 늦었다 하리.
若有隻眼秦始帝 (약유척안진시제) 만일 식견 가진 진시황이 있다면
必從此輩先坑之 (필종차배선갱지) 반드시 이런 무리부터 파묻었으리.
最是惡習與成性 (최시악습여성성) 제일 나쁜 버릇이 천성이 되어
埈論高談自夸毗 (준론고담자과비) 고담준론 일삼으며 아첨이나 하는 주제에
自言門閥好瓜葛 (자언문벌호과갈) "우리 가문은 번창하고 있다."
自言黨目先裘箕 (자언당목선구기) "우리 당파는 잘 이어 지고 있어." 뇌까린다.
趙冕鎬 (1804~1887)
- 玉垂 조면호는 조선 말기 일제의 식민지배가 이루어지기 시작할 무렵 살았던 사람이다.
- 秋史 金正喜가 아끼는 제자 중 한 명이었다고 한다.
- 조면호의 시에는 당시 조선 사회 분위기와 외세를 바라보는 사대부들의 시각이 담겨
있어, 혼란했던 그 시대를 이해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
- 제너럴셔먼호 사건(1866), 병인양요(1866), 오페르트 도굴 사건(1868), 신미양요
(1871), 강화도 조약(1876) 등 굵직한 사건이 있을 ㄸ마다 시를 통해 자신의 견해를
폈다.
작품해설
- 이 시는 7언 160구의 장편 古詩이다.
- 혜원 신석면(申錫冕)이라는 친구를 만나러 갔는데 혜원이 집에 없기에 이 시를 써서
남겼다고 한다.(1854년 작)
- 당대 사대부들의 처지, 사대부의 개념 규정, 사대부의 역할 등의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 시의 어조는 무겁지 않지만, 부분적으로 매우 과격한 언사를 쏟아내고 있다.
- '제 집안 제 한 몸 건사하지도 못하니, 죽어서 구렁텅이를 메워도 오히려 늦었다 하리.' :
경제력도 없으면서 체통만 세우려 하는 사대부들을 비꼬고 있다.
- '만일 식견 가진 진시황이 있다면, 반드시 이런 무리부터 파묻었을 것'이라고 하면서
무능한 사대부들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척안(隻眼)' : '외눈'이라고 풀이하지만 '뛰어난 견해 또는 식견'을 뜻한다.
- 사대부들 스스로 각성해야 할 텐데 디들은 여전히 '우리 가문은 번창하고 있다. 우리
당파는 잘 이어지고 있다'고 하면서 눈앞의 현실을 의도적으로 무시해버린다. 나라를
지탱해야 할 사대부가 자기 집안, 다지 당파만 생각하고 있으니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조면호는 이 작품을 쓴 뒤에 유배를 가게 되었다.
「한시에 마음을 베이다 」 김재욱 지음. 世·八
왕의 서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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