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漢詩 1

얼음 깨는 노래 - 김창협

花雲(화운) 2018. 1. 10. 12:15


얼음 깨는 노래 - 김창협

鑿氷行 (착빙행) 『農巖集(농암집)』권 1



季冬江漢氷始壯 (계동강한빙시장)   12월, 한강물 얼어붙어 단단해지자

千人萬人出江上 (천인만인출강상)    많고 많은 사람들 강 위로 나와서는 

丁丁斧斤亂相斲 (정정부근란상착)   도끼 들고 쩡쩡 어지러이 깎아대니

隱隱下侵馮夷國 (은은하침풍이국)   쩌렁쩌렁 소리 저 아래 용궁까지 닿을 듯

斵出層氷似雪山 (착출층빙사설산)   깎아낸 두꺼운얼음 눈 덮힌 산과 비슷하니

積陰凜凜逼人寒 (적음름름핌인한)   차갑게 쌓인 陰氣 사람에게 닥쳐온다.

朝朝背負入凌陰 (조조배부입릉음)   아침마다 등에 지고 氷庫로 들어가고

夜夜推鑿集江心 (야야추착집강심)   밤마다 망치와 끌 챙겨서 강 복판에 모인다.

晝短夜長夜未休 (주단야장야미휴)   낮 짧고 밤은 길건만 밤에도 쉬지 못하고

勞歌相應在中州 (노가상응재중주)   주고받는 노동요 소리만 모래톱에 울린다.

短衣至骭足無屝 (단의지한족무비)   정강이가 드러난 짧은 옷, 발에는 집신도 없는데

江上嚴風慾墮指 (강상엄풍욕타지)   매서운 강바람에 손가락은 떨어져 나갈 지경이다.

高堂六月成炎蒸 (고당육월성염증)   화려한 집에선 유월이라 뜨겁고 찌는 날에

美人素手傳淸氷 (미인소수전청빙)   미인의 흰 손에 맑은 얼음 전해주고

鸞刀擊碎四座徧 (난도격쇄사좌편)   귀한 칼로 치고 부쉬 온 좌석에 나눠주니

空裏白日流素霰 (공리백일류소산)   대낮 허공 속엔 흰 싸락눈 흩날린다.

滿堂歡樂不知暑 (만당환락부지서)   집안 가득 채워 앉아 더운 줄 모르고 즐기는 이들

誰言䥣氷此勞苦 (수언착빙차노고)   얼음 깨는 이 괴로움 그 누가 말하겠나.

君不見道傍暍死民 (군불견도방갈사민)   그대 보지 못했는가. 길가에 더위 먹어 죽은

                                                 백성들

多是江中鑿氷人 (다시강중착빙인)   대부분 이 강에서 얼음 깨던 사람이었다는 걸.


金昌協 (1651~1708)

- 연암 박지원과 함께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산문작가이다.

- 김창협은 여름에 얼음을 쓸 수 있는 극소수 집안의 자제이었다.

- 문벌이 높은 집안의 사람이었지만 백성의 노고를 잊지 않았으며, 이들의 고단한 삶을

   실감 나는 필치로 써 놓았다.


작품해설

- '깎아낸 두꺼운 얼음 눈 덮힌 산과 비슷하다' : 조금은 과장된 표현이지만, 백성이

   일일이 손으로 채취해서 쌓아온 얼음의 양이 그만큼 많았다는뜻이다.

- 게다가 이 작업은 밤에 이루어졌다. 거의 밤을 새우면서 얼음을 캐고 잠시 쉬고는

   '아침마다 등에 지고 빙고로 들어간다.'

- 채취한 얼음은 동빙고,서빙고를 비롯한 세 곳의 저장소에 보관했다.

- 겨울 장비도갖추지 못하고 맨몸으로 일해야 했으니 그들이 겪었을 고초가 어땠을지

   짐작하기 어렵다. '정강이가 드러난 짧은 옷, 발에는 짚신도 없는' 상태로 일하면서

   죽지 않는 걸 다행으로 알아야 했다.

- 길가엔 더위 먹어서 죽은 백성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는데' : 백성의 고초를 아는 것

   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그 귀한 얼음을 물 쓰듯 한다. 오뉴월 염천에 '대낮 허공

   속엔 흰 싸락눈 흩날릴' 지경이다.

- 김창협은 12구부터 흥청망청 생각 없이 사는 고관대작의 모습을 그대로 부여주어,

   백성이 겪는 엄혹한 고초를 더욱 강조했으며 아울러 지배층의 각성을 촉구했다.

- 백성은 죽도록 얼음을 캤지만 정작 자신들은 얼음을 써보지도 못하고 더위를 먹고

   죽는다. 불공평을 넘어 이건 너무 가혹한 일이다.



「한시에 마음을 베이다 」  김재욱 지음. 世·五

   왕의 서재.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