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목사 민종렬의 토평비- 황현
閔羅州種烈討平碑 (민나주종열토평비) 『梅泉集』권 4
甲午年間事大危 (갑오년간사대위) 갑오년 무렵 일이 크게 위태해져
羅州城外賊千旗 (나주성위적천기) 나주성 밖엔 도적의 깃발 가득 나부껴
民兵義色風雲變 (민병의색풍운변) 민병의 의로움에 산천이 변했고
儒將高名草木知 (유장고명초목지) 선비 장수의 높은 이름 초목도 알았다.
竟有鋃鐺馳驛急 (경유랑당치역급) 끝내 파직을 청하는 역마는 바삐 달렸으니
可憐琴潟棄官遲 (가련금석기관지) 가련하다. 벼슬버리고 떠나려는 발길 더딘 것이
戰塵如夢秋山冷 (전진여몽추산랭) 전쟁했던 일 꿈과 같고 가을 산은 찬데
紅樹斜陽路左碑 (홍수사양로좌비) 단풍나무에 걸린 석양은 길 가의 비를 비춘다.
黃玹 (1855~1910)
- 1910년 한일강제병합 사건이 일어났을 대 의분을 느껴 자결한다. 호는 梅泉
- 황현이 죽음을 앞두고 남긴 '絶命詩'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작품이다.
작품해설
- 시의 제목에 보이는 민종렬은 나주목사로 있으면서 농민군을 막았던 사람이다. '討平碑'
는 농민군을 토벌하고 평정한 기록을 새겨놓은 '錦城討平碑)를 가르킨다. 금성은 나주의
옛이름이다.
- '민병의 의로움에 산천이 변했다.' : 민종렬과 함께 싸운 관군을 조금은 과장된 언사를
써서 칭송하고 있다.
- '風雲' : '자연'을 뜻하므로 '산천'이라는 말로 바꿔서 풀이해도 무방하다. 관군의 기세가
자연의 흐름을 바꿀 정도로 성대했다는 뜻으로 읽으면 되겠다.
- '선비 장수의 높은 이름 초목도알았다.' : 선비 장수인 '儒將(유장)'은 민종렬을 가리킨다.
민종렬은 용맹함에 학식까지 갖춰져 있다는 뜻이다. 초목도 알았다는 건 그만큼 민종렬
의 덕망이 높았음을 뜻하는 말이다.
- 전라도 전체를 관장하는 감사의 요청에 의해 미종렬이 파직을 당하고 박세병이라는
사람이 나주목사로 임명되었다. '끝내 파직을 청하는 역마는 바삐 달렸다.'는 말은 그
일을 가리킨다.
- '鋃鐺' : 죄인을 옥에 가둘 때 쓰는 쇠사슬
- '가련하다. 벼슬 버리고 떠나려는 발길 더딘 것이' : 파직된 민종렬의 처지와 그의 심정을
표현한 말이다. 황현은 민종령이 처한 이 상황을 '가련하다'고 생각했다.
- '琴潟(금석)' : '거문고와 신발'인데 지방의 수령을 뜻하는 단어다. 지방의 수령이 백성을
수탈하지 않아서 남은 건 자신이 갖고 있던 거문고와 신발뿐이더라는 옛 중국의 이야기
에서 유래했다.
- 나주의 백성들이 민종렬의 파직을 저지해 조정에서는 민종렬을 유임시켰다.
- 이후 민종렬은 나주지역을 잘 방어한 공로를 인정받아 호남지역 전체의 농민 진압을
담당하는 호남초토사가 되었다.
- 황현을 포함한 당시의 유림들은 농민군을 같은나라에 사는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대부분 선비는 농민을 '무지몽매한 놈'으로 여겼다.
- 조선 조정은 일본군을 끌어들여 농민군을 짓밟았고 외국 군대를 이용해 자국의 백성을
죽인 일은 당시의 시대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절대 용서받을 수 없다.
「한시에 마음을 베이다 」 김재욱 지음. 世·四
왕의 서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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