훨훨 나는 듯한 선각이 푸른 하늘에 솟았으니- 박인범
涇州龍朔寺閣兼柬雲棲上人(경주용삭사각겸운서상인)
翬飛仙閣在靑溟 (휘비선각재청명) 훨훨 나는 듯한 선각이 푸른 하늘에 솟았으니
月殿笙歌歷歷聽 (월전생가력력청) 월궁의 피리소리가 역력히 들리어 오는 듯하구나
燈憾螢光明鳥道 (등감형광명조도) 등불은 깜박거려서 반딧불처럼 새의 길을 비추고
梯回虹影到巖扃 (제회홍영도암경) 무지개를 놓은 듯한 사닥다리를 지나 석문에 이르는도다
人隨流水何時盡 (인수유수하시진) 인생은 흐르는 물을 따라 그 언제나 그칠 것인가
竹帶寒山萬古靑 (죽대한산만고청) 한산을 둘러싼 죽순은 만고에 푸른 것을
試問是非空色理 (시문시비공색리) 시비와 공색의 이치를 시험 삼아 물으니
百年愁醉坐來醒 (백년수취좌래성) 백 년간의 취했던 시름이 앉자마자 깨치는구나
* 涇州 : 지금의 김숙성 경천현을 가리킴
* 翬飛 : 궁궐이 아름답고 훌륭한 모양
* 靑冥 : 맑은 하늘
* 月殿 : 달나라의 궁전
* 笙歌 : 생황의 음악과 노래
* 憾 : 흔들리다. 흔들다
* 明 : 비추다. 밝히다
* 鳥道 : 새나 다닐 수 있는 험한 산길. 용삭사에 오르는 산길이 높고 험한 것을 표현한 것
* 梯回 : 다리를 휘돌아 건넘. 무지개처럼 높고 높은 다리를 나타낸다.
* 巖扃 : 바위 문
* 盡 : 그칭다. 다하다. 뒤의 靑과 對를 이루고 있다.
* 試問 : 스님에게 시험 삼아 물어보다.
* 空色 : 色이 空이요 空이 곧 色이라는 불교 교리. 일체의 형질과 모양이 있는 것을
色이라 하고, 형질과 모양이 없는 것을 空이라 하는데, 실제에 있어서는 色이
空이요 空이 곧 色이라는 뜻
* 來醒 : 깨닫다.
朴仁範 (박인범)
- 신라 말기의 학자로 당아라에 유학, 빈공과에 급제하였고 특히 시문에 뛰어나 명성이
자자했다. 신라로 돌아온 뒤에는 한림학사, 예부시랑 등의 벼슬을 하였다.
작품해설
- 역사와 사상의 접목을 통하여 시인의 감정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 용삭사가 유서 깊은 산속에 있는 사찰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우리 모두 역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말한다.
- 승구에서는 가는 길이 험하다는 사실을 통하여 진리에 이르는 길이 멀기도 하며
어렵기도 하다는 사실을 토로하고 있다.
- 다음의 구절과 마지막 구절이 많은 사람들에게 칭천을 받은 佳句로 높이 평가받은
부분이다.
흐르는 물처럼 목적지도 없이 살아가는 인생의 허무함과 변함없는 푸름을 간직한
대나무의 대비는 動과 靜의 對句를 형성하면서 표현의 절묘함을 통해 인생에 대한
싱그러움과 깨달음을 안겨 주고 있으니, 景을 통해 情을 이입하는 최고의 경지이다.
- 불교의 교리를 통해 인생의 덧없음을 깨달음으로 극복할 굿을 강조하면서 끝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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